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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갈등해결 언제까지
입력2003-05-28 00:00:00
수정
2003.05.28 00:00:00
`파업하기 좋은 나라`
요즘 기업인들 사이에서 이런 표현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아냥대는 말이다. 실제로 두산중공업 사태, 철도노조 파업위기, 화물연대 파업 등 각종 노사문제에 대한 해결과정을 지켜보노라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구호는 다른 나라의 얘기처럼 들린다.
그래서 새 정부 출범 후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된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조흥은행 처리문제도 마찬가지다. 조흥은행 노조가 매각방침에 반발해 총파업을 경고하고 나서자 청와대가 조흥은행 노조와 직접 대화를 갖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경제논리로 풀어야 할 조흥은행 처리가 또 다시 정치논리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조흥은행 문제는 국민의 정부에서 첫 단추를 꿴 후 참여정부에서 마무리 되는 수순을 밟아 왔다. 그래서 조흥은행 매각은 국내외에서 한국의 구조조정을 상징하는 거래로 이미 각인된 상태다. 정부도 그동안 “늦춰질수록 문제가 커진다”면서 조기에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일관되게 표명해 왔다.
그러나 청와대가 뒤늦게 매각작업에 관여하면서 사태가 다시 꼬여가는 느낌이다.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토론이나 공청회는 방침을 정하기 전에 하는 것이 상식이다. 앞뒤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사실 조흥은행 매각 문제는 이미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조흥은행 노조와 비밀리에 만나 재실사를 약속하면서부터 꼬일 조짐을 보였다. 그 당시 실사를 통해 독자생존 여부를 판단할 생각이었다면 신한금융지주회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필요도 없었다.
정부가 노동계와 솔직하게 대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힘의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이렇게 순서가 뒤집어지면 어떤 일도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
이미 꼬인 실타래는 어쩔 수 없더라도 앞으로는 혼선을 막아야 한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독자생존이든 매각이든 빠르고 정확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이런 판단과정에서 설익은 정치논리가 개입한다면 또다시 일이 꼬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진우 기자(경제부)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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