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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에 이은 정부 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 여파로 내려갈 대로 내려간 시장 금리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유보적인 발언을 꺼낸 데 이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까지 경기부양에 초점을 두면서 금융시장은 물론 금융회사의 상품 전략과 여수신 금리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대출 금리 하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 등 금융사들은 정책당국이 발산하고 있는 금리인하 시그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수신 자금의 수급이 사실상 붕괴되는 가운데 금융사들은 고강도 규제에 맞추기 위해 '금리 덤핑'에 나서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익성 고갈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고객도 자금운용에 헷갈려 하고 있다. 당장 하반기 금리인상 등을 예상하고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자금을 묻어뒀던 고객, 이자수익이 줄게 된 베이비부머 등 은퇴 생활자와 자산가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출 규제와 부양용 금리 정책이 동반되면서 시중 금리가 춤을 추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로 이용되는 코픽스(COFIX) 금리는 2.58%(신규취급액 기준)로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싼 상품이 나왔는데 금리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리의 이상 기류가 더 심해지고 있다.
이미 농협·기업·외환은행의 고정금리대출 최저 금리는 3.2%대까지 내려왔다. 당국의 규제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연내 20%까지 맞춰야 하는 은행의 절박함이 커지면서 장단기 금융상품의 금리가 역전되는 등 왜곡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가 오를 것으로 기대했던 금융사로서는 여수신 등 자금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 초만 해도 은행들은 장기 수신 금리를 올려 금리인상에 대비했지만 이런 조치가 무색하게 된 것이다.
실제 신한은행은 지난 13일 2년제 예금상품 금리를 0.15%포인트 인하하는 등 만기 2년 이상의 금리를 일제히 내렸다. 이번 금리인하로 현재 1년제와 2년제 예금 간 금리차는 0.10%포인트로 올 1·4분기 0.25%에서 다시 줄어들었다. 이달 신한생명의 저축성보험 6월 공시이율은 3.93%, 농협생명은 3.85%까지 내리는 등 보험사들도 금리인하에 나섰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인하 가능성은 정책 효과가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시장 금리를 왜곡시키고 금융사의 실적만 악화시키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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