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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IT버블이 붕괴되기 직전까지 이른바 닷컴(.com)은 세계 기업들의 필수 코드였다. 기업들은 사실상 뚜렷한 수익모델도 없는 닷컴을 너도나도 도입하는데 열을 올렸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닷컴과는 큰 연관성이 없는 조선·중공업 기업들마저 '이제는 닷컴!'을 외치며 IT깃발을 세웠었다. 그리고 그 IT열풍의 끝은 상상이상으로 모질었다.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는 올해 닷컴 도메인 탄생 25주년을 맞아 1990년대 후반 숱한 화제를 뿌리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닷컴 기업들 도메인 10개를 선정했다. 영국의 스포츠 의류 닷컴이었던 부닷컴(Boo.com)과 레디투샵닷컴 (Ready2Shop.com), 헬스뷰티 전문기업인 클릭망고닷컴(Clickmango.com)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1998년 스포츠의류를 팔기 위해 영국에 설립된 부닷컴은 초기에 루이뷔통으로 유명한 LVHM그룹과 글로벌 금융투자그룹 JP모건 등 세계 유수기업들과 재벌들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세계 경제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었다. 하지만 준비소홀로 사이트 개설은 늦어지고 때마침 불어 닥친 IT버블 붕괴로 2000년 5월 결국 사이트는 폐쇄됐다. 클릭망고닷컴도 2000년 영국 유명여배우가 투자자로 나서면서 초기 마케팅은 성공한 듯 보였지만 웹사이트에 지나치게 투자금을 쏟아 부은 나머지 정작 비타민등 건강식품은 제대로 팔지 못해 개설 3개월만에 문을 닫았다. 유명 도메인들은 하나같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성공기업으로 우뚝 설 것처럼 보였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그 실체를 확인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급속히 식어갔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실패한 닷컴기업들이 모두 '이름'만 그럴 듯 했을 뿐 자기만의 '브랜드'는 없었다는 점을 몰락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유명인과 기업들을 끌어들여 값비싼 비용으로 초기마케팅에는 성공했지만 브랜드 구축 전략과 소비자 만족에는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상품 가운데 3년 후에도 살아남을 확률이 0.1%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조업계의 정설이다. 만약 3만개의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3년후에는 불과 30개정도만 제대로 '브랜드'대접을 받을 수 있고 나머지는 모두 시장에 나와 빛을 잠깐 본 '제품'정도로만 취급된다는 의미다. 세계경영연구원(IGM)의 조성진 연구원은 "결국 기업은 단순 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며 그래야만 소비자에게 인정받고 시장에서 살아남는 '0.1%'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유수 기업들은 그동안 브랜드 자산을 키우는 방법으로 기술력 우위의 제품에 자기들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입히는 것에 주력해왔다. 인텔이나 소니, 삼성전자와 같은 경우다. 또 스위스 시계 대표 브랜드인 스와치 처럼 최첨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보다는 브랜드로부터 소비자들이 느끼는 이미지를 크게 부각시킴으로써 브랜드자산을 키우는 기업도 늘고 있다. 방법상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그 바탕에는 항상 기술력이 존재한다. 기술력은 인텔이나 코카콜라 처럼 다른 기업들이 단기간 넘볼 수 없는 독보적 영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혁신이 수반돼야 한다. 단순히 차별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저마다 차별화를 외치며 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경쟁구조 속에서는 소비자들이 어렵지 않게 구별할 만큼 개별 제품과 서비스들이 차별되는 경우는 극히 적다. 다른 제품과 조금 다르다는 의미보다는 그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다른 제품으로는 맛볼 수 없는 만족감을 주는 혁신적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비자 만족 부분은 제품에서 느끼는 기술력이나 사후서비스에 대한 만족감 뿐 아니라 브랜드 자체에서 느끼는 좋은 인상도 포함한다. 소비자들이 한눈에 그 브랜드를 알아보고 브랜드 특유의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이 곧 소비자 마음을 흔드는 요소라는 지적이다. 세계적으로 아이팟과 아이폰 열풍을 일으킨 애플의 기업로고가 좋은 예다. 소비자들은 그 한입 베어먹은 모습의 사과만 보고도 날렵하면서도 온갖 재미를 주는 소형 IT기기를 연상하게 된다. 세계경영연구원은 "이 같은 연상효과가 가능한 것은 바로 소비자들이 애플 브랜드를 보면 혁신적인 기능과 깔끔한 디자인의 MP3와 스마트폰에 대한 만족감을 떠올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올해 소비자 감성을 깨우고 새로운 수요를 일으킬 '파워브랜드컴퍼니'로 꼽은 기업들도 소비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소비회복 기운에 힘입어 점차 소비자들이 가격 메리트보다는 다소 비싸더라도 제품 구입을 통해 얻는 만족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어 브랜드파워를 갖춘 기업들의 성장성은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소비패턴이 기능성 위주에서 상징성 중심으로 변하면서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 기업의 핵심전략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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