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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본 막는 강성노조
입력2003-07-01 00:00:00
수정
2003.07.01 00:00:00
98년 여름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 노조가 장장 54일간의 파업을 벌였다. 그때 노조(UAW)가 얻은 것은 미시건주 플린트라는 도시에 있는 두개 압연공장 근로자의 직업안정 자금 1억8,000만 달러였다. 미국에서는 파업에 가담한 근로자에 대해 회사가 임금을 주지 않는다. GM 노조원들이 회사로부터 받은 돈은 무려 10억 달러의 임금을 손해 본 후 얻은 비싼 대가였다.
GM이 워낙 큰 회사였기에 그해 2ㆍ4분기 미국의 성장률은 1.4%로 둔화됐다. 파업이 끝나자 버클리대의 할리 셰이큰 교수는 “회사가 졌다. 그러나 노조가 이긴 것은 아니다”라고 단정지었다.
GM 파업의 가장 큰 손실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회사와 노조가 동시에 낙오하게 됐다는 점이다. GM은 경쟁사에 비해 아웃소싱하기 어렵게 됐고, 노조로서도 공장폐쇄를 허용했기 때문에 더 많은 노조원의 해고를 인정한 셈이다. 그후 5년 동안 GM 노조는 파업을 하지 않았다.
유럽 최대노조인 독일 금속 노조가 50년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철회, 화제가 되고 있다. 독일이 제2의 일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마당에 노조가 자기만 살려다간 회사는 물론 나라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미국 전체 노조 조직률은 2차 대전 직후 25%에 이르렀으나, 최근엔 10%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남부 가난한 주에는 아예 노조가 없다. 한국에서 양대 노총이 노조원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선명경쟁을 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국제화 시대에 `노동자의 적`은 사용자가 아니라 국제자본이다. 글로벌 자본은 생산성 있는 노동시장에 유입되고, 노동구조가 경직된 시장에선 발을 뺀다. 신발회사 나이키나 청바지회사 리바이스와 같은 회사는 임금이 조금만 낮아도 해외 수주선을 바꿔버린다. 80년대말 한국의 격렬한 노동운동은 선진국 자본이 철수하는 계기가 됐고, 90년대 중반에 한국은 무역적자를 이기지 못해 외환위기를 맞았다. 브라질은 98년 국영 전화회사 매각에 반대하는 근로자들이 폭동에 가까운 시위를 벌인 이듬해 외환 위기를 겪었다. 지난해초 아르헨티나에선 시민 폭동이 일어나 외화자금이 대거 떠나면서 경제 위기를 맞았다.
노조의 강경 투쟁이 국제자본의 유입을 막고, 근로자의 일자리를 줄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의 노동운동 지도부는 깨달아야 한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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