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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시장 새틀을 짜자] 4.시장파이를 키우자
입력2003-12-14 00:00:00
수정
2003.12.14 00:00:00
“돈이 된다는 확신만 불어넣어 준다면 누가 투자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통신업계에 중요한 것은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일입니다. 5~10년 후 먹거리를 챙기려면 일단 그때까지 생존하는 게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 통신업체 CFO(최고재무담당자)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투자 부진에 대한 비판이 안타깝다며 이렇게 항변했다.
최대 통신업체인 KT의 이용경 사장도 최근 창립기념식에서 직원들에게“통신업계는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큰 파도가 휘몰아치는 격변기를 맞고 있다”며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 통신사업자들의 최대 현안은 `파이`늘리기에 맞춰져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기존 시장에서의 이전투구가 지속되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하면 10년은 고사하고 2~3년 후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기술력에 비해 시장이 너무 작다=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규모는 32조원대. 올해 역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시장규모는 우리 스스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자부하고 있는 IT인프라 등을 감안하면 너무 초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KT의 경우 올해 매출규모는 12조원 정도에 머무를 전망이다. 그나마 2년 연속 1%대 성장률에 머물러 글로벌 기업들과 격차를 벌이고 있다.
반면 해외 통신사업자의 경우 매출 규모 면에서 국내 업체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국 최대 시내전화 사업자인 버라이존의 경우 81조원에 달한다. 일본 NTT 역시 연간 68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등 세계시장의 경쟁사업자들은 KT와 비교해 5~7배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융ㆍ복합이 탈출구다=업체들이 대규모 신규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장 새로운 대규모 부가가치 창출을 확신할 만한 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육성키로 한 IT 신성장 품목들의 경우 적어도 5년 후쯤에야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새로운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지 않고도 당장 매출에 기여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 창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 기존 서비스의 결합ㆍ융합 상품 및 서비스 들이다.
LG텔레콤이 국민은행과 제휴, 무선인터넷과 인터넷뱅킹을 결합한 `뱅크온`이 대표적인 예. 무선과 금융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KTF역시 경쟁적으로 무선결제 서비스 확대에 나서는 한편 계열사들과의 연합을 통해 다양한 융ㆍ복합형 부가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 역시 기존 사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결합서비스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연초 자사의 무선랜과 KTF의 무선인터넷을 결합한 `네스팟 스윙`을 선보인데 이어 내년 초에는 가정용 전화와 이동전화를 하나의 단말기로 사용할 수 있는 `원 폰(One Phone)` 서비스를 출시, 유선분야 매출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시장 간섭을 줄여라= 문제는 업체들의 이 같은 융ㆍ복합 서비스가 너무 많은 규제 장벽에 가로놓여 있다는 점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KTㆍSK텔레콤 등 지배적사업자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결합서비스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사업자들로서는 현실의 위기를 돌파할 유일한 탈출구가 규제라는 장벽에 막혀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셈이다.
규제는 비단 결합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 요금에서부터 이용약관에 이르기까지 통신사업자들은 새로운 서비스나 마케팅을 펼칠 때마다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 인가 등 사전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러다 보니 이래저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주요 통신서비스 업체들이 전직 관료출신들을 영입하며 이른바 `대관(對官)` 업무를 담당할 임원들을 늘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규제여부에 따라 회사의 사활이 달려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서비스조차 규제에 가로막혀 있는 것은 문제”라며 “이제는 정통부의 규제정책이 사업자 보다 소비자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해외사례
`선진국에선 결합서비스 허용이 대세다`
KT의 네스팟 스윙과 원폰 서비스 계획을 계기로 결합(Bundling)서비스 허용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ㆍ영국ㆍ일본 등 주요 통신 선진국에서는 이를 허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통신관련 행정기관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2001년부터 모든 통신사업자에 대해 기본통신ㆍ부가통신ㆍ가입자단말의 결합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내 통신업계는 모회사의 유선통신사업자와 자회사 성격의 이동전화사업자간 결합상품이 주요 수익 창출 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실제로 미국 최대의 시내전화 사업자인 버라이존(Verizon)은 지난해부터 `Veriaton All`이라는 브랜드로 시내ㆍ장거리ㆍ초고속인터넷은 물론 이동전화서비스까지 합친 결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버라이존이 제공하는 결합서비스는 관련 서비스를 개별 구매했을때보다 30% 정도 싼 값에 판매되고 있다.
SBC역시 지난해 5월부터 이동전화 자회사인 싱귤러(Cingular)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유ㆍ무선결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루이지애나ㆍ조지아주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벨사우스(Bell South)역시 결합서비스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일본 최대 통신사업자인 NTT는 2001년부터 음성ㆍ인터넷ㆍLM(유선에서 무선으로 거는 전화)를 결합, 최대 55%까지 요금을 할인해주고 있다.
이밖에 호주에서는 1999년 결합판매 규제 완화 이후 텔스트라 등 주요 사업자들이 새로운 결합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으며, 영국 최대 사업자인 브리티시텔레콤도 2000년부터 시내ㆍ시외ㆍ국제전화 및 인터넷상품을 묶은 패키지 상품을 제공중이다.
■ 새 수익원 발굴 태스크포스 뜬다
`차세대 먹거리는 우리가 책임진다`
통신업체들이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해 앞 다퉈 태스크포스(TF)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각 부서에 분산된 기존 조직으로는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신사업 창출이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전략사령부로 맹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KT의 경우 최근 신사업전담반을 사장 직속의 신사업 기획실로 확대 개편하고 상무급을 팀장으로 임명해 TF를 구성했다. 이 곳에서는 기존 사업과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최근 게임콘텐츠 배급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등 속속 결실을 맺고 있다.
또 SK텔레콤은 개별 프로젝트별로 TF를 구성, 신사업 창출에 힘을 쓰고 있다.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위해 이미 PMSB사업 추진단을 구성한 데 이어 휴대인터넷사업 주도권을 노리고 차세대 무선인터넷사업 추진단도 발족시켰다. 특히 최근 통신ㆍ금융 융합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M파이낸스사업본부`를 정식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나로통신 역시 지난달 조직 개편과정에서 `신사업추진실`을 확대개편하고 외부전문가를 책임자로 영입했다. 하나로통신의 신사업추진실은 두루넷 인수 등 향후 후발통신사업자 인수합병(M&A)전략 수립, 방송 및 무선사업자와의 전략적 제휴방안, 휴대인터넷 등 차세대 핵심 서비스 관련전략을 집중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이밖에 LG텔레콤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무선 결제서비스 `뱅크온` 확대에 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해 관련 프로젝트팀을 정식 사업부로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통신부문 신사업의 경우 시장 진입시기가 경쟁에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추진력이 요구된다”며 “앞으로도 사업 특성에 맞는 각종 TF 출범이 잇따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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