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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호수에 작은 돌멩이를 던지면 동심원의 물결이 퍼져나간다. 자성체(자성물질)에 에너지를 가하면 자성을 띤 원자들이 가지고 있는 스핀상태가 파동 형태의 집단적인 동적 움직임을 보인다. 스핀파동(spin-wavesㆍ이하 스핀파)이다. 최근 마이크론 크기의 자성박막에 정상파로 존재하는 스핀파의 고유모드를 이해하기 위한 학문적 관심이 높다. 또 이를 이용한 초고속 정보전달 및 정보처리 소자로서의 응용성이 다양해 이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김상국 서울대 교수(재료공학부)는 지난 15년간 자성체의 물성 관찰 및 신소재ㆍ소자개발 연구에 주력해 나노 자성체 내 스핀파의 파동성을 규명하고 ‘자기 소용돌이(magnetic vortex)’ 구조의 움직임을 컴퓨터 전산 모사ㆍ이론 계산을 통해 학문적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 국내외에서 주목 받고 있다. 자성물질 내 스핀파 파동성 규명통해 국내외 주목
정보저장·처리용 고부가 소재 개발 발판 마련
15년간 한우물… "세계최고 수준 연구 성과" 평가
◇스핀파를 이용한 신개념 정보처리ㆍ저장 소자 원천기술 확보=전하의 흐름을 이용하는 반도체의 논리연산소자와 달리 스핀파 소자는 스핀파의 파동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빠른 처리속도와 함께 반도체소자가 가지고 있는 고밀도의 전자가 직접 이동해서 발생하는 소자의 도선 단락 등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집적ㆍ초고속 소자로서의 응용가치가 매우 높다. 스핀파를 이용한 소자를 개발하고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스핀파의 진행에 따른 흡수나 산란을 통한 진폭 감소, 즉 정보유실을 방지하고 강력한 스핀파를 발생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또 빛의 간섭과 같은 파동특성을 파악하고 소자의 집적도ㆍ정보처리속도를 높이기 위해 스핀파의 파장과 주파수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김 교수는 마이크론 크기 이하의 직사각형 혹은 원형 자성박막에 형성된 자기 소용돌이의 핵을 움직여 진폭이 크고 고주파수를 갖는 스핀파를 매우 작은 영역에서 방사시키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고안, 스핀파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직사각형 형태의 자성박막을 형성하면 자기 소용돌이와 반 소용돌이 형태의 안정된 자기구조가 존재하는데 이 구조에 자기장을 인가하면 스핀들이 집단적인 움직임을 시작한다. 자기장에 의해 소용돌이, 반 소용돌이 핵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핵 주위로 스핀파가 방사되며 시간이 일정 시점에 이르면 소용돌이와 반 소용돌이 핵이 서로 충돌하면서 소멸하게 된다. 이때 소멸이 일어나는 아주 작은 영역에서 매우 강한 스핀파가 나온다. 김 교수는 “스핀들 간 상호작용 에너지 계산을 통해 고주파수의 강한 스핀파 발생 원인이 핵이 이동하고 소멸할 때 핵 주변에 국소적으로 집중되는 교환 상호작용에 의한 스핀토크라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전하가 가속운동을 하면 전자기파가 발생하는 것처럼 스핀토크가 스핀의 방향을 가속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스핀파의 방사ㆍ전파ㆍ투과ㆍ반사 현상에서 더 나아가 자성박막 시스템에서 스핀파의 회절 및 간섭도 증명했다. 스핀 소용돌이 핵의 반전으로부터 생성된 스핀파가 전파부를 통해 서로 다른 두개의 매질 접합부에 도달하면 매질 내에서 스핀파가 서로 보강 또는 상쇄 간섭을 통해 간섭 무늬가 나타난다는 것을 규명한 것. 김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스핀파의 파동현상 중 하나인 간섭현상을 이용해 논리 연산 정보 처리방법을 컴퓨터 전산모사를 통해 검증해냈다. 이 연구결과는 노어(NOR)나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 등의 정보처리소자로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기존의 논리연산정보처리소자를 대체할 원천 핵심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핀동역학 분야 세계 최고 수준 연구성과=김 교수의 연구성과는 학문적으로는 자기 소용돌이와 반 소용돌이 간의 상호작용과 이러한 상호작용이 자성박막의 스핀파동 발생에 미치는 역할을 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술적으로는 자기 소용돌이를 이용한 스핀파동 방사와 스핀파의 전파ㆍ반사ㆍ투과ㆍ간섭 등 파동성을 체계적으로 관찰해 신개념의 초고속 정보전달 및 논리연산소자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핀파의 발생 및 파동성 규명’과 ‘자기소용돌이 스핀동역학’ 등 김 교수의 논문은 소재ㆍ소자 등 응용물리 분야의 권위지인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의 표지논문으로 두차례 선정된 데 이어 지난 2007년에는 ‘네이처’지에 ‘주목 받는 논문’으로 소개됐다. 특히 스핀동력학 연구는 세계 저명학자들도 탁월성을 인정하는 업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3년간 세계 최고 권위의 물리학 저널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스핀동력학 단일 분야로만 5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피지컬 리뷰 B’와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 등 주요 저널에 발표한 논문 18편에 책임저자 또는 제1저자로 참여했다. 최근 3년간 김 교수 논문의 총 피인용 횟수는 400회가 넘는다. 기초과학 자성물리 분야에서 가장 치열하다는 스핀동역학 분야에서 유수의 해외 저명학자를 능가하는 연구성과를 낸 점을 인정 받아 김 교수는 지난해 한국자기학회가 수여하는 학술상을 받았다. 국내 특허 10편을 비롯해 미국ㆍ일본ㆍ중국ㆍ유럽 등에 4편의 해외 특허도 각각 출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5년간 나노 스핀동역학이라는 한 우물만 파왔는데 연구성과를 인정 받은 것 같아 매우 기쁘다”면서 “스핀파에 대한 기초ㆍ응용연구를 바탕으로 앞으로 정보 저장ㆍ처리용 신개념 스핀 소재ㆍ소자를 개발해 고부가가치 국가기반 산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AIST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텍(포항공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 교수는 KAIST 연구조교수를 거쳐 지난 2001년부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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