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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자상] 정제창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 교수
입력1998-11-26 00:00:00
수정
1998.11.26 00:00:00
서울경제신문과 한국과학재단이 제정한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제20회(11월) 수상자로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 정제창(鄭濟昌)교수가 선정됐다. 鄭박사는 그림·동영상·음성 등 멀티미디어 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송하는 국제표준방식인 「MPEG-2」의 핵심 원천기술로 자신이 개발한 「DCT 변환계수의 가변주사에 의한 영상압축기술」이 체택된 공로를 인정받아 이 상을 받게 됐다. 鄭박사는 또 최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상업용 디지털 HDTV(고화질TV)를 미국시장에서 시판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그의 연구활동과 학문 세계를 소개한다.정제창박사는 욕심이 많다.
동료 교수들은 그를 보면 「도대체 몸이 몇 개냐」고 묻는다. 학회의 논문편집위원에, 실험실에 있는 열댓명 학생들의 논문 지도도 일일이 다한다. 테니스·바둑 등 여가에도 그는 빠지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날 불쑥 책 한권 번역했다며 동료들에게 내민다.
鄭박사가 개발해 국내 멀티미디어 기술 수준을 세계에 알린, 「MPEG-2」의 핵심원천기술도 鄭박사의 욕심 덕에 태어난 기술이다.
최근 미국에서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디지털 방송은 현재의 아날로그 방송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선명하다. 채널도 지금보다 5배나 더 늘어난다. 문제는 한번에 보내야 되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 이를 해결한 것이 정보를 40배 이상 압축하여 전송하는 「MPEG-2」방식이다.
디지털 방송이 정보를 압축하지 않고 차례차례 한 개씩 보낸다면 어떻게 될까. 「600만불의 사나이」를 생각하면 쉽다. 600만불의 사나이가 초인적인 힘으로 달리거나 무거운 바위를 들 때면 「뚜뚜뚜뚜」하는 전자음과 함께 화면이 느리게 움직인다. 디지털 방송이 MPEG-2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우리가 1초동안 보는 화면이 40초동안 느리게 나온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 모든 선수의 동작이 초슬로우 비디오로 보일 것이다.
지난 91년부터 디지털TV를 개발하다 MPEG-2도 함께 연구하기 시작한 鄭박사는 기존 MPEG-2 기술에 욕심을 부렸다. 「인공지능」을 가미한 것이다.
그전만 해도 사람 사진이든 바다 사진이든 디지털TV는 똑같이 보여주었다. 그러나 鄭박사는 TV 화면이 사진 유형에 따라 각각 다른 질감의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화면이 훨씬 더 진짜처럼 보였다. TV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진짜처럼 보여주고 싶었던」 鄭박사의 욕심은 디지털 방송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이 기술은 95년 다른 39개의 기술과 함께 MPEG-2의 핵심 원천기술로 공인받았다.
鄭박사는 91년 디지틸TV 개발팀을 처음 맡을 때부터 「원천기술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생산기술만 개발하면 계속 기술 수입국으로 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鄭박사는 당시 연구팀 분위기를 「대학 연구실」같았다고 말한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함께 모여 진지하게 토론하고 개선해 나갔다. 주위의 빈정대는 소리에도 아랑곳 없었다. 새로운 기술이다 싶으면 앞장서 특허를 신청했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鄭박사는 핵심 원천기술 한 가지를 포함, MPEG-2와 관련해 모두 20여가지의 특허를 갖고 있다. 외국 학술지에 낸 논문도 적지 않다. 또 삼성전자는 이 연구팀의 성과에 힘입어 최근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업용 디지털 HDTV를 시판했다.
아찔했던 경험도 있었다. 93년 대전 엑스포에 디지털TV를 출품할 때였다. 鄭박사는 디지털TV에 방송국이 사용하는 「인코더」라는 장비까지 함께 개발하겠다고 욕심을 부렸다. 그러나 몇 달을 밤새가며 연구했지만 전시회 전날까지 TV조차 만들지 못했다.
『정말 큰 일 나는 줄 알았습니다. 큰소리 쳐놓고 정작 전시회에는 제품 하나 못내게 생겼으까요. 제 생애 가장 긴 밤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자포자기 심정으로 밤새 문제점을 찾기 시작했다. 새벽 4시. 믿기지 않게 TV화면에 또렷한 영상이 잡혔다. 연구팀은 부랴부랴 TV를 차에 싣고 대전으로 내려가 겨우 전시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鄭박사가 「정말 재미있게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는 삼성전자를 떠나 한양대에 온 것도 「연구」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그대로 있었으면 지금쯤 임원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연구와는 안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리 같은 거, 정말 자신없거든요.』
이쯤 되면 鄭박사의 욕심은 사욕이 아니라 과학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바뀐다. 그는 지금도 연구하는 시간, 강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연구만 하고 싶어 대학에 왔다는 鄭박사지만 사실 그는 「인생」에 대한 욕심이 더 크다. 한마디로 「즐겁게 살자」는 것이다. 가족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고, 테니스와 바둑도 많이 두고 싶다. 연구조차 재미있게 하고 싶다. 요즘에는 취미가 하나 더 늘었다. 「인터넷 뒤지기」다. 첨단 정보가 아니라 재미있는 농담을 찾기 위해서다. 鄭박사는 요즘 인터넷에서 건져올린 농담을 강의 시간에 즐겨 써먹는다. 웃으며 공부할 때 가장 성과가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김상연 기자】
鄭濟昌박사가 개발한 MPEG-2의 핵심원천기술은 매년 수백만 달러 이상의 로열티를 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鄭박사(오른쪽에서 2번째)가 실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디지털TV를 보면서 멀티미디어 전송 기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김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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