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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도자의 경제비전]유종근 전북지사

"집단소송제 반드시 관철"유종근 전북 도지사는 31일 "정부의 재벌 정책이 후퇴하고 있으며 이의 배후에는 실무를 맡은 관료들의 보신주의가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지사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 인정,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 금융기관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규정 완화 등을 후퇴하는 재벌 정책의 근거로 제시했다. 유 지사는 특히 증시 활성화와 관련, "국회 통과가 불확실해지고 있는 증권집단소송제를 반드시 통과시켜 기업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로서의 역량과 지방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경영자(CEO) 대통령을 꿈꾸는 유 지사로부터 우리 경제의 현실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시며 경제회복을 위한 우선적인 해결과제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우리나라 경제는 산업생산이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보이고 재고 증가세는 감소하는 등 경기 저점을 통과해 회복세로 들어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엔저 현상이 심화되면서 우리의 수출이 어려워지는 복병도 나타나 예측이 어렵지만 굳이 전망을 해 본다면 지난해보다는 경기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올해 정부가 전망하는 4% 성장률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이며 실업문제를 해소하고 미래의 성장을 위한 활발한 투자를 끌어낼 만큼의 경기회복은 되지않을 것입니다.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우자동차ㆍ하이닉스ㆍ현대투신ㆍ대한생명 등 굵직한 구조조정 사안들을 빨리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년실업에 대한 진단과 정책적인 복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실업문제를 바라볼 때 실업이 구조조정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고 봅니다. 정리해고를 포함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는 국가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조건이고, 이를 통해 경제가 성장해야 노동수요가 창출돼 근본적으로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사회 시스템도 구축해야 합니다. 즉 유연한 노동시장ㆍ협력적 노사관계ㆍ양질의 인적자원 개발체계ㆍ사회안전망 등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또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하더라도 인턴제의 확대 실시ㆍ교육훈련 기회 확대ㆍ청소년 공공근로사업ㆍ벤처기업 창업지원 등에 재정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재벌정책의 추진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원칙적으로 재벌기업에 대해 별도로 규제하는 행위는 시급히 해소돼야 하나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투명경영ㆍ책임경영의 관행이 정착돼야 합니다. 최근의 정부 재벌정책은 우리나라가 4년 전 뼈아픈 IMF위기를 겪으면서 생존을 위한 유일한 선택으로 받아 들였던 경제개혁과는 거꾸로 가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일례로 겉모양은 유지시키기로 하였으나 광범위한 예외를 인정하여 실질적으로는 폐지하는 것과 다름없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변경입니다. 또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 금융기관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규정을 완화한 것도 기업지배구조개선정책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조치입니다. 이와 함께 대기업집단의 은행소유의 길을 터준 은행법 개정안으로 은행 주인 찾아주기라는 명분을 달고 있지만, 대기업집단의 은행소유가 허용되면 은행이 사금고로 전락, 대기업으로 경제력이 집중될 개연성이 커집니다. 이런 정부의 재벌개혁 후퇴의 배후에는 실무를 관장하는 관료들의 보신주의가 도사리고 있다고 봅니다. 문제를 회피하려는 관료들의 태도 때문에 구조조정이 지연되었고 단기적인 인기영합주의 때문에 개혁의 원칙이 훼손되어 왔습니다. -증시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구상을 말씀해 주십시오. ▲최근의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의 주가는 낮은 수준입니다. 증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국회 통과가 불확실해지고 있는 증권집단소송제도가 반드시 관철돼야 합니다. 이번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판결에 대한 재계의 민감한 반응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나아가서는 기업가치 제고에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입니다. 또 국민연금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주주권한 행사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에 공헌해야 하며 불공정거래에 대한 형사적 제재도 강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불공정거래에 대한 입증책임을 기업측에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불공정거래에 대한 자료를 피고인 기업측이 대부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남북경협 등 전반적인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복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올해는 북미관계 개선의 조짐이 보이고 있고 국내적으로도 경제가 호전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남북관계의 개선은 외교적으로는 튼튼한 한미공조체제를 구축하여 북미관계 개선과 동시에 추진해야 지속될 수 있습니다. 금강산관광 사업처럼 남북관계의 바로미터가 되는 국가적 사업을 민간에 맡기고, 여기서 발생한 부실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우회 지원하는 것은 안됩니다. 단 인프라 구축과 같은 거대 기반시설은 정부가 사업 주체로 나서서 사회적 동의를 얻어 투명하게 추진하고 남북간의 투자협정 등 경제관련 협약을 빨리 체결해 북한에 투자가 이뤄지도록 환경 조성을 해줘야 합니다. 이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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