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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들 "환란때가 그리워"
입력2000-01-09 00:00:00
수정
2000.01.09 00:00:00
이학인 기자
지난 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당시 전세계약을 맺었던 세입자들의 고민이다.당시 전세값은 한창 올랐던 96년 말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었다. 이 때문에 집주인들은 급전을 꿔다 세입자에게 내린 만큼의 전세금을 돌려줘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2년의 전세계약 만기를 코앞에 둔 세입자들은 집주인의 눈치를 봐야 할 상황에 놓였다.
지난 96년 2월 경기도 분당신도시 한솔마을의 24평 아파트 전세를 6,500만원에 계약했던 이정임(李貞姙·31)씨의 사연은 기구하다. 2년뒤 전세만기 때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당시 시세는 5,000만원) 승강이 끝에 5,500만원에 재계약했으나 이제는 전세금이 8,000만원으로 급등했다.
李씨는 『2년전 재계약할 때 전세금 인하를 둘러싸고 집주인과 심하게 다툰적이 있는 탓에 무조건 집을 비워 달라는 집주인의 성화에 밤잠을 설친다』면서 『지금 갖고 있는 보증금으로는 18평짜리 전세를 얻기도 힘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金모(35)씨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98년 초 보증금 9,000만원에 세들었던 32평짜리 아파트가 지금은 1억2,000만원. 이달말로 계약기간이 끝나는 金씨는 3,000만원을 더 주고 재계약을 하기로 했다. 다른 아파트를 알아 보려 해도 매물이 없어 급한 마음에 그냥 눌러앉기로 했다.
서울시 민원상담실의 박예순 상담사는 『하루에 2~3건 정도 전세 재계약 문제로 고민하는 상담자들의 전화가 걸려온다』며 『IMF 직후 전세값이 폭락한 뒤 단기간에 예전 가격을 회복하면서 상당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세값 상승이 자칫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입자들이 높은 값에 재계약을 하느니 차라리 집 장만으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또 상반기 중 잠실·반포 등 서울시내 5개 저밀도 아파트지구 중 한 곳이라도 재건축이 본격화된다면 전세 파장은 더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옥수동 반도부동산의 정종철(鄭鍾哲) 사장은 『전세매물이 별로 없다 보니 상당수 세입자들이 부담이 되더라도 재계약을 하려고 한다』며 『전세 계약이 집중되는 1월말~2월초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인기자LEEJK@SED.CO.KR
정두환기자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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