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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의 오너 복귀… 로만손, 심장이 다시 뛴다

■ 김기문 로만손 회장


중기중앙회장서 물러나 경영 일선으로 "회사 전체 긴장감 없이 느슨하게 운영"

인력·바이어 점검하며 조직에 긴장감

"로만손의 뿌리 시계산업 다시 살릴 것… 6월 화장품 출시… 의류 사업도 노크

하반기엔 서울 시내 면세점에 도전장"… 해외시장 직접 챙기며 판로 개척 앞장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퇴임 80여일 만에 만난 김기문(사진) 로만손 회장은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해외 바이어 상담의 필수인 품질보증카드 여유분을 사무실에 비치해 놓지 않은 부하 직원을 매섭게 나무랐다. 김 회장이 돌아온 후 사무실 각 층에는 온라인 판매 제품을 분류, 보관하는 선반이 설치됐다. 온라인 판매 규모가 연간 100억원을 넘어서면서 제품을 내보낼 때마다 혼선을 빚는 모습을 보고 김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21일 서울 가락동 로만손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중소기업중앙회장으로 일했던) 지난 8년간 보고서로만 실적을 보고 받다가 돌아오니 회사 전체적으로 긴장감 없이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더라"며 "김기석 사장 주도로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는 주얼리·핸드백 부문은 독립성을 보장해 주되 인력 재배치나 업무 효율화, 지역별 바이어 점검·재편 등 그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업무는 내가 직접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결정 단계가 너무 많아 2~3단계면 될 것을 몇 단계에 걸쳐 결재를 받는 비효율이 만연해 있고 이러다 보니 한 달이면 할 일을 세 달에 걸쳐 하고 있다"면서 "해외 출장을 갈 때도 금요일 출발해 (주말에도 일하는) 중동에 일요일에 가서 바이어를 만나고 돌아오면 시간이 훨씬 절약되는데 상당수 직원들이 매너리즘에 젖어 대충대충 일을 하니까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에 취임한 후 타성에 젖은 중기중앙회 조직을 다잡았던 것처럼 8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김 회장은 느슨해진 조직을 꼼꼼하게 추스르고 있었다.

느슨해진 조직의 고삐를 죄는 일 외에 김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부문은 바로 로만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시계 사업의 재건이다. 오늘날 로만손을 존재하게 한 밑거름이지만 지금은 전체 매출 비중이 17%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43억원의 적자까지 냈다.



김 회장은 "시계 사업의 특성상 바이어보다 더 많은 지식으로 무장하고 접근해야 하는데 공백기간 (무역 담당 직원들이) 바이어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정체 내지 퇴보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특히 수출 여건이 안 좋아졌을 때 마진을 좀 줄이더라도 시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는 등 오너가 책임을 지고 용단을 내려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역할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계 산업의 르네상스를 위한 방법론으로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전에 히트를 친 모델이라면 분명히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측면이 있으니 새로 디자인을 하면 더 팔 수 있어요. 세계적인 명품시계 브랜드인 로렉스도 모든 모델이 잘 팔리는 게 아닙니다. 끊임없이 보완하고 리디자인을 해서 시대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조직만이 살아남는 법이니까요."

긴 공백에도 김 회장의 머릿속에는 이슬람권 주요 명절부터 '여성의 날' 같은 러시아의 이벤트 일정까지 빼곡하게 입력돼 있다. 신제품을 내놓고 대대적으로 영업을 펼쳐야 할 대목이 언제인지를 파악하는 게 마케팅의 기본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중동 출장 길에 나서 300만명이 메카로 몰리는 하지(라마단 이후 성지순례 기간)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담당할 새로운 바이어를 물색하는 한편 이란과 카타르 등 중동 유통망을 세밀하게 점검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회장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서 각각 200만달러, 500만달러 수출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 공항 면세점에도 상반기 내로 입점하게 된 것도 성과"라고 소개했다.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김 회장은 해외 시장을 직접 챙기고 있다. 3월 바젤전시회 참가 이후 지난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중동 시장에 방문했고 이달 말에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미얀마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을, 다음달에는 러시아와 CIS(독립국가연합) 지역을 둘러볼 계획이다. 해외 시장을 직접 돌면서 시계 산업의 트렌드를 파악하면서 로만손 성장의 시금석이 됐던 커팅글라스 시계와 이온도금 시계에 이은 세 번째 히트작을 구상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올해 로만손은 종합 패션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화장품 사업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완성도 100%의 제품을 내놓기 위해 지난해부터 철저하게 준비했다"며 "다음달 화장품을 출시하고 순차적으로 의류 사업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만손은 정부가 올 하반기 추가할 예정인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나투어와 영림목재, 토니모리 등과 힘을 모은 합작법인 에스엠이즈듀티프리를 통해 관광객이 몰리는 인사동에 중소·중견기업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면세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김 회장은 "이미 인천공항 면세점을 낙찰받은 터라 바잉파워가 있고 예상 후보지도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고객 유입이 쉽다"며 "(면세점 입찰에서) 성공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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