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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답지 않은 미 압력(사설)
입력1997-03-13 00:00:00
수정
1997.03.13 00:00:00
미국이 또 무차별적인 통상압력을 가해오고 있다. 미국은 대국답지 않은 행태를 자주 보여준다. 무역 상대국이 어렵거나 힘겨워 할 때를 가리지 않는다. 닥치는 대로 트집을 잡고 사실상의 내정간섭까지도 서슴지 않는다.아니나 다를까, 미국은 별의 별 것을 문제 삼아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트집거리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한국의 과소비억제 운동을 트집잡기 시작하여 대기업의 소비재 수입 중단을 걸고 넘어졌다. 그 뿐아니다. 민간기업 통신장비 구매에 정부가 간섭말라, 지프형 승용차 세제혜택축소를 철회하라, 승용차 리스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지말라, 관세청의 수입 실태조사를 하지말라, 정유사 원유수입을 동결하지 말라, 심지어는 유학생 관리강화와 캔디 통과 보류 사례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들고 나왔다.
이같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미무역대표부 대표단이 한국에 와 있다. 협의는 나쁠 것이 없다. 통상문제가 있을때 우호적 협의를 통해 호혜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말이 협의지 실제로는 일방적인 요구이고 압력이다. 모든 것은 강대국 논리에 맞추도록 강요한다. 미국의 입맛, 그들의 이익만 있을 뿐이다.
한국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우리의 문화·전통 관행과 국민정서는 무시되기 일쑤다.
한국경제는 지금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음을 미국도 잘 알것이다. 부풀어 오른 경상수지 적자로 세계2대 적자국이 되었다. 외채는 1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대미 무역적자가 지난해 1백10억달러를 넘었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 미국에 갖다 바치고 있는 꼴이다. 이렇게 어려울때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더 망하라고 짓누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경제가 무너지면 미국은 큰 시장을 잃게 될 것이다.
수입억제를 통한 수지적자 축소는 미국으로선 수출이 조금 줄어드는 정도겠지만 한국에는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더욱이 사치성 수입억제 운동은 정부가 나선 것도 아니고 대기업과 국민의 자발적인 운동이다. 미국이 이래라 저래라 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부당한 통상압력은 자칫 국민 감정을 상하게 할 뿐이다. 정부도 호락호락 넘어가 봉 노릇만 해서는 안된다. 이치에 닿지 않고 원칙에 어긋난 압력엔 단연코 「노」해야 한다. 당당하게 대응함으로써 앞으로 있을 부당한 압력에도 쐐기를 박아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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