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수의 해설을 듣는 일은 퍽 즐겁다. 탐구욕이 많아서 평소에 최신 유행포석이나 유행정석에 관한 연구가 철저하므로 기발하고 다양한 참고도를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정상급 기사들의 기풍이나 근황에 대해서도 언제나 시원하게 얘기해 준다. “이창호는 백으로 둘 때 더 잘 둬요. 장쉬가 어쩌다 한번 이기긴 했지만 그건 해프닝에 가까운 일이고 이번에 또 이기려면 아주 힘들 겁니다. 평범한 전략으로는 안될 거예요. 자기자신을 벼랑 끝에 내몰고 이판사판으로 화끈하게 붙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김만수가 하는 말이었다. 흑13으로 일단 뛰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냥 가에 받으면 백이 나로 모양을 갖출 것인데 백진이 너무도 완벽하고 소담하다. 백16은 아마추어들이 명심해 둘 수순. 백18의 침입을 염두에 둔 자체보강이다. 장쉬가 장고 끝에 흑17로 받자 김만수는 ‘이것은 아주 독특한 취향’이라고 말했다. 보통은 참고도1의 흑1에 받고 백2를 허용하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창호는 노타임으로 백18을 두었고…. 장쉬는 다시 15분의 장고를 거쳐 흑19,21이라는 평범한 수로 받았다. 충암연구회에서는 이 결과가 백의 만족이라는 결론을 오래 전에 이미 내놓고 있었다고 한다. 흑19로 달리 반발하는 것은 잘 안된다. 억지로 반발하자면 참고도2의 흑1 이하 9로 버티는 것인데 백20까지 되고 보면 흑의 외세보다 백의 실리가 월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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