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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못하면 죽어야 하나" 이민자들 울분

언어 소통 안돼 제대로 치료 못 받는 사례 많아…뉴욕병원 제소

"영어 못하면 죽어야 하나" 이민자 울분 언어 소통 제대로 안돼 치료 못 받는 사례 많아…뉴욕 4개병원 제소 미국 뉴욕의 플러싱에서 건축일을 하던 문철선씨는 지난해 여름 축구시합 도중 뇌출혈 증세를 일으켜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한달만에 숨졌다. 위급한 상태였던 문씨가 고통을 겪으면서도 집중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 데는 미국 의료시스템 및 의료보험 제도를 잘 알지 못한 탓도 있었겠지만 많은 이민자 단체들은 의사소통의 부재를 문제로 지적했다. 뉴욕 이민자연맹을 비롯한 뉴욕지역의 이민자 옹호단체들은 21일 병원들이 통역서비스 제공의무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문씨의 경우처럼 피해를 겪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뉴욕시내 4개 병원을 제소했다. 제소된 병원은 문씨가 치료를 받았던 플러싱, 자메이카 병원을 비롯해 브루크데일 대학병원과 세인트 빈센트 스테이튼 아일랜드 병원 등이다. 이들에 제출한 소장에는 뉴욕한인봉사센터를 비롯한 이민자 단체들이 지난 2년간 수집한 병원들의 통역 서비스 부실 사례가 지적돼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타임스는 이 사례들은 대부분 한국어 또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이민자들의 경우라고 설명했다. 한인봉사센터 김광석 회장은 "문씨의 경우 우리에게 미리 연락했더라도 통역서비스를 받아 의사에게 증세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었을테고 그랬다면 목숨을 건질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회장은 "뉴욕주 규정은 병원이 사용인구 2% 이상인 언어의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민자들이 병원 응급실에서 겪은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다. '나옐리'라는 여성은 두차례의 자궁외 임신으로 나팔관을 제거했지만 수술에서 회복된 뒤에야 자신이 다시는 임신할 수 없는 처지가 됐음을 알게 됐다. 건축공사장에서 사고를 당해 급히 절단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통역이 없어 자신의 7살난 사촌을 통해 의사와 의견을 교환하는 장면도 이민자 옹호단체 조사원들에게 목격됐다. 소장은 "당시 소년은 '의사들이 자르겠다고 하는 것이 발인지 발가락인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환자는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이었다"고 밝혔다. 자신을 'N'이라고 밝힌 45세의 한 한국여성은 강도에게 벽돌로 머리를 얻어맞아 플러싱 병원에서 30바늘을 꿰매고 며칠뒤 후속 치료를 위해 이 병원을 다시 찾았으나 병원측은 "치료를 받으려면 사진이 있는 신분증과 95달러를 내야 한다"는 내용이영어로 적힌 서류를 내밀었다. 돈도 없고 강도에게 빼앗겨 신분증도 없던 이 여성은 자신의 처지를 설명도 하지 못한채 절망감에 빠졌으나 그후 한인봉사센터의 도움을받아 '뉴욕 범죄 피해자기금'에서 나온 치료비로 한국어를 구사하는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민자 옹호단체들의 제소에 대해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 법무장관의 대변인은 이미 이들 병원의 통역 서비스 부실문제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면서 "우리는 영어가 능숙하지 못한 환자들의 의료적 필요가 충족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대단히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뉴욕한인봉사센터 김 회장은 "이번 소송에서 병원측의 법규 위반 판결이 내려지게 되면 문씨와 같은 개별 피해자들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입력시간 : 2005/04/2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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