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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칸 영화제 뒤에 가려진 한국영화의 현실

심우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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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칸 영화제에 '무뢰한' '마돈나' '차이나타운' '오피스' 등의 작품이 초청을 받으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들이 인정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해외 영화제에서 보여준 성과 뒤에 가려진 한국 영화가 당면한 현실은 아름답지 않다.

지금 영화관에 가보라. 멀티플렉스의 상영관 대부분을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2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라는 작품이 독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준희 감독의 '차이나타운'은 누적 관객 수백만명을 넘으며 흥행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제작된 영화인가라는 구분과 상관없이 한정된 상영관의 스크린을 몇몇 작품이 독점하는 것이 정당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좋겠지만 천만 관객이 선택한 영화라는 상징성에 집착하는 한국의 관람 문화는 스크린 독점이라는 기형적 구조를 지속시킬 위험이 있다.



이것은 다양한 시청각 환경 조성이라는 차원에서 제기되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의 배급에서부터 상영까지 이어지는 독점적인 구조 자체가 한국 영화시장 전체의 축소를 불러온다고 말하는 것이다. 소규모 자본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영화들이 제작되고 상영돼 일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제작 환경을 구성해야 한다. 거대 배급사로부터 선택된 몇몇 선택 받은 영화들만이 상영될 수 있고 흥행하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창의적인 실험이나 새로운 콘텐츠 제작은 어렵게 된다.

한국 영화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몇몇 소수의 감독이 만든 영화나 배급사들의 자본만이 아니다. 적은 자본으로 독창적이고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하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영화인들의 열정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들의 열정이 작품을 통해 관객 앞에 표출될 수 있는 안정적인 창구가 필요하다. 이 같은 환경이 조성될 때만이 한국 영화시장은 유지되며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작품을 계속해서 만나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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