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ㆍ보험ㆍ증권주로 구성된 금융업종의 시가총액이 장중 한때 전기전자업종을 넘어서면서 앞으로 금융주가 정보기술(IT)주인 전기전자주를 추월해 한국 증시의 대표업종으로 올라설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업종의 시가총액은 장중 한때 전기전자업종의 시가총액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종가 기준 145조4,360억원으로 장을 마쳐 전기전자업종(145조9,320억원)과 불과 4,960억원 차이로 좁혀졌다. 금융주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87%로 전기전자업종(20.94%)과 0.07%포인트 차이다. 금융주가 이 같은 시가총액 격차를 넘어설 경우 지난 99년 7월19일 이후 근 8년 만에 처음으로 IT주의 시가총액을 추월하게 된다. 그동안 금융주는 시가총액의 증가와 함께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늘어난 반면 전기전자업종은 시가총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비중은 줄어들었다. 금융업종 시가총액은 2003년 말 59조9,910억원에서 지난해 말 137조8,81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이 기간 동안 시가총액 비중도 16.88%에서 19.57%로 늘어났다. 반면 전기전자업종의 경우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101조8,470억원에서 153조7,650억원으로 늘었지만 비중은 28.66%에서 21.82%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곧 금융주와 IT주의 시가총액이 역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주를 대표하는 은행주가 상반기 실적개선 기대감으로 기관에 더해 외국인의 매수세까지 유입되면서 우상향의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 반해 전기전자업종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요 IT제품의 가격하락 여파로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백동호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IT업종은 지난해 4ㆍ4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데다 향후 실적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는 반면 은행주는 상대적으로 이익 안정성이 부각되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여기에 중국 은행들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도 확대되면서 은행주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한국ㆍ미국ㆍ일본 등에서 금융정책이 바뀌는 시기에 금융주가 강세를 보인 경우가 많다”며 “최근의 흐름도 비슷한 추세”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은행주가 단기 급등한 부담도 있지만 실적개선 측면과 한국 은행주가 중국은행의 신규 상장으로 인해 외국인에게 소외돼왔던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성식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도 “은행뿐 아니라 증권ㆍ보험 등도 강세를 보이면서 금융업종이 새로운 주도주가 될 것”이라며 “이들 업종의 지난해 4ㆍ4분기 실적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지만 외국인 매수세 등 유동성이 금융주에 밀려들고 있는 게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홍춘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업이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서는 것이 증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는 긍정적이지만 경제성장 측면과 국민소득 2만달러 미만의 한국 상황을 감안하면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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