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자금경색이 심해지면서 중소기업의 신용위험도가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여신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져 중소기업들이 대출 받기가 갈수록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6일 국내 16개 은행의 여신총괄담당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면담 조사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올해 4ㆍ4분기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50을 나타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1999년 1ㆍ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던 2003년 3ㆍ4분기(50)와 같은 수준이다. 3ㆍ4분기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도 47을 나타내 전 분기(35)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신용위험지수가 플러스면 신용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많다는 뜻이다. 한은은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건설업과 도소매ㆍ음식숙박업 등 경기 민감업종을 중심으로 대출부실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둔화로 인한 매출부진과 재고증가 등으로 중소기업의 대출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중소기업의 4ㆍ4분기 대출수요지수 전망치는 34로 2002년 1ㆍ4분기(3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출수요가 이처럼 늘고 있지만 은행들은 대출재원 확보의 어려움과 신용위험 우려 등으로 심사 기준을 더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4ㆍ4분기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41로 1999년 1ㆍ4분기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고 대기업에 대한 4ㆍ4분기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도 -28로 전 분기(-19)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대출태도지수가 플러스면 ‘대출완화’를, 마이너스면 ‘대출억제’를 하려는 은행이 많다는 뜻이다. 가계 부문에서는 4ㆍ4분기 신용위험지수 전망치가 28로 3ㆍ4분기(22)에 비해 더 높아졌다. 은행들은 고물가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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