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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Again) 2002.’ 아드보카트호가 아프리카의 복병 토고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새로운 신화의 첫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 밤(이하 한국시간) 프랑크푸르트 발트슈타디온에서 벌어진 2006독일월드컵 G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전반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터진 이천수의 동점골과 안정환의 역전골에 힘입어 2대1로 승리했다. 이로써 승점 3점을 확보한 한국은 16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며 2002년에 이어 월드컵 2회 연속 결승 토너먼트 진출 전망을 환하게 밝혔다. 태극전사들은 원정 월드컵 첫 승리를 일궈내 지난 54년 스위스 대회부터 시작된 한국축구 월드컵 도전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서전을 승리로 장식한 한국은 오는 19일 프랑스, 24일 스위스전에서 1무승부만 챙겨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답답하던 경기 흐름을 세트플레이와 집중력으로 뒤집어놓은 통쾌한 한판 승부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박지성-조재진-이천수를 스리톱으로 하는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미드필더진에는 왼쪽 측면에 이영표, 중앙에 이을용과 이호, 오른쪽 측면에 송종국이 포진했다. 스리백에는 김진규-김영철-최진철이 나왔고 골문은 이운재가 지켰다. 관람석을 가득 메운 원정응원단과 현지교민의 응원 속에 경기에 나선 한국은 경기 초반 중원 압박으로 주도권을 잡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답답한 플레이를 펼치던 한국은 토고의 롱패스 한 방에 수비진이 뚫리며 먼저 골을 빼앗겼다.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와 투톱으로 출전한 압델 카데르는 전반 31분 중앙선 왼쪽에서 넘어온 긴 크로스를 받아 한국 수비 2명 사이로 돌파하며 아크 오른쪽에서 오른발 슛을 골문 왼쪽 아래 구석에 꽂아넣었다. 후반 들어 한국은 상대의 주포 아데바요르에 대한 수비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안정환이 투입되면서 공격이 활기를 띠었다. 동점골은 후반 9분 전담 프리키커 이천수의 발에서 나왔다. 이천수는 박지성이 아크 정면에서 토고 주장이자 수비수인 장폴 야오비 아발로의 반칙으로 얻어낸 프리킥을 오른발로 감아 차 골망을 흔들었다. 아발로는 이 반칙으로 경고가 누적돼 퇴장 당했다. 1대1로 팽팽하던 승부는 ‘반지의 제왕’ 안정환의 시원한 중거리포로 판가름 났다. 후반 시작과 함께 수비수 김진규 대신 교체 투입된 안정환은 후반 27분 페널티지역 오른쪽 바깥에서 패스를 받은 뒤 방향을 바꾸며 통렬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고 수비수 몸에 살짝 맞은 볼을 토고의 왼쪽 골네트를 뒤흔들었다. 이후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벌어졌고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한국은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리드를 끝까지 잘 지켜내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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