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인지 기대했던 크리스마스 특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크리스마스 시즌(20~25일) 매출 증가율은 물가상승률(3%)을 감안했을 때 지난해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 일부 유통업체들은 알뜰 소비자들의 구매가 늘며 두자리 수의 매출증가율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전 점포의 크리스마스 시즌 매출은 지난해보다 3.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상승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분을 감안한다면 지난해 수준에 그친 셈이다. 다만 수도권 점포의 매출은 장신잡화(증가율 24%), 화장품(49%), 피혁잡화(24%) 등 선물 상품들이 인기를 끌며 지난해보다 7%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개장한 명품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전체 매출은 신규 점포인 죽전점을 제외하고 5.1%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명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70.2%나 늘어난 데 힘입어 체면을 유지했다. 또 겨울 골프여행객이 증가해 골프웨어 및 골프용품의 매출도 83.2% 증가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마트의 크리스마스 시즌 매출은 물가상승률 정도 성장하는데 머물렀다. 이마트의 경우 이기간 전체 매출증가율이 3.2%에 불과했다. 특히 예년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려온 완구용품의 경우 오히려 지난해보다 매출 감소세를 보였다. 여아 완구 매출이 17.5% 감소한 것을 비롯해 교육완구 4.9%, 남아완구 0.1% 줄었다. 반면 닌텐도의 돌풍이 이어지면서 전자완구 매출은 지난해보다 480.9%나 증가했다. 편의점들의 매출 증가율도 기대에 못 미쳤다. GS25의 경우 케익 예약판매 등 다양한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펼쳤지만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 매출은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비심리 위축이 지속되며 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등 좀 더 값싼 구매처를 찾는 추세는 이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CJ홈쇼핑의 경우 지난 10~20일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10% 늘어나며 올해 처음으로 두자리 수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예년과 달리 따뜻한 날씨로 겨울상품보다는 레포츠, 뷰티, 패션 등의 판매가 주를 이뤘다. CJ홈쇼핑 관계자는 “대선을 전후해 매출이 조금씩 살아나는 느낌은 받지만 아직도 가격대가 높은 가구, 가전 등의 제품 매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경기에 가격 비교 사이트를 이용해 값싼 물건을 찾으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20일부터 25일까지 인터넷 쇼핑몰들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20~30% 늘어났다. 하지만 1~2만원대의 소품들의 매출이 주로 늘어난 만큼 인터넷쇼핑몰이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렸다고 판단하긴 이르다는 분석이다. 옥션 관계자는 “올 크리스마스 시즌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정도 늘어났지만 9,900원의 트리 등 일부 특가제품의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체뿐 아니라 외식업체들도 즐거운 크리스마스는 아니었다. 썬앳푸드, TGI프라이데이스, 베니건스 등 대표적인 외식업체들의 크리스마스 시즌 매출은 지난해 수준에 그쳤고 아워홈, CJ푸드빌의 빕스 등도 10% 정도 매출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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