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다’는 격언이 ‘몸에 좋은 것도 맛있다’라는 말로 바뀌게 될 전망이다. 우리의 혀에서 느끼는 쓴맛을 차단해 식품을 실제보다 좀더 맛있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미각 개선제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생명공학기업 세노믹스 사는 최근 “혀가 쓴 맛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주는 ‘쓴 맛 차단제(bitter-blocking chemical)’의 개발에 성공,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혀에는 쓴맛, 단맛, 짠맛 등을 느끼도록 해주는 1만여개의 미뢰(taste bud)가 있는데 이번에 개발된 차단제는 바로 이 미뢰의 미각수용체에 달라붙어 미각세포가 쓴맛을 느끼지 못하도록 해준다. 이에 따라 특정 식품에 쓴맛 차단제를 가미하면 쓴맛이 사라지게 되고 상대적으로 단맛, 짠맛이 강하게 부각되면서 원래보다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쓴맛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채소나 버섯, 나물 등을 소스 없이 달게 먹을 수 있는 것. 특히 이 차단제는 단순히 쓴맛을 없애는 것 이상의 효용성이 있다. 그동안 식품 고유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 넣어왔던 설탕, 소금, 인공화학조미료(MSG) 등의 첨가량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노믹스의 마크 졸로 박사는 “과자와 탄산음료, 라면 등을 비롯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다수 식품에는 몸에 좋지 않은 MSG와 설탕, 염분이 꽤 함유돼 있다”며 “쓴맛 차단제를 넣으면 이들의 사용량을 40%까지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쓴맛 차단제 또한 일종의 인공감미료이자 화학물질에 해당하지만 포장지에 적어야하는 성분함량에 표시할 필요가 없을 만큼 극미량으로 이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마크 졸로 박사는 “현재 식품업계의 선두기업인 코카콜라와 네슬레에서 차단제의 효능을 시험 중에 있어 곧 관련제품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인공 화합물이 아닌 천연성분으로 만든 미각개선제의 개발에 도전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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