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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륨3 둘러싼 달 개발 경쟁 본격화

달 표면에서만 채취되는 미래 에너지 자원 놓고 강대국간 달 개발 경쟁 치열

미래의 에너지 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는 '헬륨3(Helium3)'를 확보하기 위한 강대국간 달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러시아, 일본, 독일은 물론 신흥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역시 달 탐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미래의 에너지 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는 '헬륨3(Helium3)'를 확보하기 위한 강대국간 달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러시아, 일본, 독일은 물론 신흥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역시 달 탐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헬륨3는 핵융합 발전의 연료로 사용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자원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지구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직 달 표면에서만 채취된다. 화석연료 고갈 위기 지난 2004년 1월 14일. 부시 미국 대통령은 새로운 우주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달에 영구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새로운 우주개발계획은 2003년 10월 중국이 유인 우주선인 촨저우(船舟) 5호를 세계에서 3번째로 발사한데 따른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더 큰 목적이 있다. 바로 달의 자원이다. 실제 부시 대통령이 새로운 우주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내걸었던 목표 중 하나가 바로 달 표면의 광물을 채집해 연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지금의 추세가 지속되면 지구상의 대표적 화석연료인 석유는 40년, 천연가스 역시 60년 정도면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력 발전의 연료가 되는 우라늄 역시 재처리해서 쓰지 않는다면 약 65년 정도면 바닥이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태양전지, 풍력, 조력 등으로부터 에너지를 뽑아내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지만 이 같은 자원들이 현재의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연구되고 있는 것이 핵융합 발전이다.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고 해서 '인공태양'으로 불리기도 하는 핵융합 발전은 이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결합해 헬륨을 만들 때 손실되는 질량을 에너지로 이용한다. 원자는 핵과 전자로 구성돼 있는데, 에너지는 양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핵에 집중돼 있다. 원자력 발전이 중성자로 핵을 쪼갤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라면 핵융합은 핵끼리 융합할 때 손실되는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는 것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질량이 2인 중수소(양자 1개 + 중성자 1개)와 질량이 3인 삼중수소(양자 1개 + 중성자 2개)를 결합시키면 핵융합 반응에 의해 헬륨(양자 2개 + 중성자 2개)이 생성된다. 이 때 중성자 하나가 남게 되는데, 이 중성자가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에너지(E)=질량(m) X 빛의 속도(c)2 만큼의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헬륨3(Helium3)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삼중수소 대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헬륨3는 보통 헬륨보다 중성자 수가 하나 적다. 즉 양자 2개와 중성자 1개로 구성돼 있는 것. 이 같은 헬륨 3에 중수소(양자 1개 + 중성자 1개)를 핵융합 시키면 헬륨으로 바뀌면서 양자 1개가 남게 되는데, 이것이 에너지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핵융합은 무엇보다 적은 양의 연료로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즉 화석연료와 핵분열 연료, 핵융합 연료를 비교해 보면 20톤의 석탄이 탈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1.5kg의 핵분열 연료로 생성할 수 있는데, 핵융합의 경우에는 60g의 연료만 있으면 된다. 게다가 방사선이 없어지는데 수 만년이 걸리는 원자력 발전과는 달리 반감기도 12년에 불과해 방사성 동위원소가 포함된 폐기물을 거의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바로 지구에는 헬륨3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직 달 표면에서만 채취될 수 있다. 선진국, 달 개발 선점 올인 헬륨3의 가치는 톤당 40억 달러(4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일 우주왕복선이 30톤의 헬륨3를 싣고 지구로 돌아온다면 미국이 1년간 사용하는 전력 소비량을 충당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1951년 군사적 목적으로 핵융합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헬륨3는 지난 1939년 새로운 원소로 발견됐는데, 그동안 핵무기를 생산할 때 나오는 부산물 정도로만 여겨졌다. 아폴로 11호가 지난 1969년 달에 착륙했을 때도 헬륨3를 채취한 바 있다. 과학자들은 당시 헬륨3의 가치를 모르고 있다가 지난 1986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존 파이크 글로벌 시큐리티재단 소장은 "만약 미국이 헬륨3를 독점한다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며 에너지 가격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헬륨3의 가치로 인해 강대국의 달 탐사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실제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발행하는 과학기술 저널 '테크놀러지 리뷰'는 헬륨3가 미래의 대체 에너지로 부각되면서 강대국들 사이에 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냉전시대의 달 탐사가 미국과 구(舊) 소련의 군사적 경쟁이었다면 지금은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이라는 것.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개발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020년까지 우주인들을 달에 보내고 2024년에는 영구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현재 헬륨3 채굴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달에 영구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결국 헬륨3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달 개발을 선점하려는 목적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우주개발 경쟁국인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957년 최초의 무인 우주선 스푸트니크호 발사에 성공했던 러시아는 오는 2015~2020년까지 달에 영구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 헬륨3를 채굴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러시아의 국영 우주개발회사인 에너르기아(Energia)는 달에서 헬륨3 성분을 캐내 핵발전소의 연료로 쓰겠다고 발표했다. 달 표면에 영구적인 채굴기지를 건설, 불도저로 헬륨3를 캐낸 후 우주화물선으로 지구까지 운반하겠다는 것.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가 헬륨3 선점에 본격 나선 가운데, 새로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그리고 일본과 독일까지 가세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중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중국. 중국은 지난 2004년 달 탐사 위성 발사, 무인 우주선의 달 착륙, 그리고 달 토양 샘플 채취 등으로 이어지는 3단계 달 탐사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이 같은 로드맵의 일환으로 중국은 조만간 달 표면 탐사를 위한 위성인 '창어(嫦娥) 1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2004년 당시 롼언제 중국 국가우주국장은 "중국은 매년 엄청난 양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지만 달에서 헬륨3를 10만톤만 가져온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헬륨3를 연료로 하는 핵융합 발전소를 도심에 건설한다고 해도 안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지구의 에너지 자원은 유한하며 앞으로 미래를 위해 달 탐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4월 첫 상용위성 발사에 성공한 인도는 내년 4월 우주 탐사선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이어 2010~2011년까지 달 표면을 탐사할 '찬드라얀 2호'를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는 나아가 2015년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고, 이를 토대로 2020년에는 달에 유인 우주선을 착륙 시킬 계획이다. 물론 일본과 독일도 독자적인 우주개발계획을 발표하며 헬륨3 채굴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최근 첫 번째 달 탐사 위성인 '가구야'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충분한 에너지 생산이 중요 헬륨3가 가장 중요한 핵융합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앞으로의 핵융합 기술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아직은 이르지만 언젠가는 핵융합 기술의 발전으로 헬륨3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비판론도 있다. 이들 비판론자들은 헬륨3 기반의 핵융합은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이론 물리학자인 프랭크 클로즈는 '물리학 세계'라는 과학 잡지에 기고한 '유사 사실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글에서 헬륨 애호가들의 주장은 한낱 판타지에 불과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클로즈는 핵융합 반응장치인 토카막(tokamak)-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로서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즈마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장치- 속의 중수소는 헬륨3보다 삼중수소에 100배나 빠른 반응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즉 토카막에서의 반응은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융합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며, 헬륨3가 달에서 채취돼 핵융합 연료로 사용되더라도 별반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얘기다. 클로즈는 또한 두개의 헬륨3 핵이 서로 융합해서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이들 사이의 핵융합은 태양 내부 온도의 6배에 달하는 고온에서 가열돼야 하는데, 이는 현존하는 그 어떤 토카막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클로즈와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중수소와 헬륨3의 융합, 그리고 헬륨3끼리의 융합은 토카막 기반의 원자로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제럴드 쿨친스키 교수는 헬륨3 융합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쿨친스키의 헬륨3 기반의 핵융합로는 위스콘신 대학의 융합기술연구소에 있는데, 크기가 매우 작다. 이 기구는 작동을 할 때 지름 10cm 크기의 구형 플라즈마에서 초당 2억번의 핵반응을 일으킨다. 다만 이 반응로는 밀리와트 단위의 힘을 발생시키기 위해 킬로와트 단위의 힘을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클로즈를 비롯한 비판론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이처럼 헬륨3 기반의 핵융합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이것이 충분한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하지만 쿨친스키는 "위스콘신 대학의 핵융합로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중수소와 헬륨3 융합, 그리고 헬륨3와 헬륨3간의 융합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중수소와 헬륨3의 융합은 매일 일어나고 있어 우리에게 익숙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만일 헬륨3와 헬륨3간의 융합 반응이 성공한다면 무한한 에너지원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쿨친스키는 현재 익명의 부호 2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인 이익에 대한 욕심 없이 핵융합 연구에 대한 열정과 관심만으로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륨3는 실질적인 융합 에너지원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적인 에너지원 가운데 하나로 결코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헬륨3 기반의 융합 에너지가 실현된다면 인류에게 주어지는 이득은 무한대에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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