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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2003 경영大戰] 대기업 “일단 현금 확보하자“

대기업들이 최근 유동성확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은행들이 인수도(D/A) 수출환어음 인수한도를 축소해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증권사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해 놓았던 현금성 자산도 최근 환매중단 사태로 꺼내 쓸 수 없게 돼 갑작스런 자금경색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SK 등 재벌기업들 뿐 아니라 국내 100대기업들 대부분이 최근 시중은행에 신용한도를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이 이같이 신용대출한도를 늘리려고 하는 것은 최근 기업어음(CP)시장의 침체와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인해 직접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막혔기 때문이다. 또 최근 SK텔레콤과 같은 우량기업의 CP금리가 5.15%까지 급등하면서 연 6%내외인 은행대출과의 금리차도 거의 없어져 직접금융시장의 필요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금을 수조원씩 쌓아 놓았다는 대기업들 마저도 기업대출을 통해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금리가 낮은 은행예금을 피해 MMF 등에 투자해놓았던 현금자산이 최근 환매중단사태로 묶이면서 은행 대출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그러나 이 같은 대기업들의 신용한도확대 요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들에 대해서는 동일인 여신한도를 적용해 은행 자본금의 25%이상을 빌려 줄 수 없다”며 “이미 한도가 거의 다 찼을 뿐 아니라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상황이 좋지 않아 돈을 더 이상 빌려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대기업 여신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이들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앞으로도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북한의 핵연료봉 재처리 시도 등으로 국가 신인도 자체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어 섣불리 대출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이라크전쟁 종전이후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태”라며 “대규모 차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거액의 대기업여신을 쉽게 해줄 수 있는 은행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 <취재 = 이진우, 최원정, 김홍길,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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