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혼합판매 주유소는 제도 도입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단 1곳도 개설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혼합판매 주유소는 정유사와 '혼합판매 계약'을 새로 체결한 후 주유소에 '혼합판매' 사인을 부착해 소비자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야 하지만, 아직까지 계약을 체결하고 정식으로 혼합판매 주유소로 전환한 곳은 전국에 단 한 곳도 없다.
정부는 석유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2년 이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한 주유소가 복수의 정유사로부터 석유를 공급받아 보다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들도 '마트식 주유소'에서 기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혼합판매 주유소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정유사나 주유소 입장에서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정유사 입장에선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자사의 제품만 단독 판매하는 주유소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마련이고, 주유소 입장에서도 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가 한 정유사의 제품만 취급할 경우 공급가격 할인, 보너스 카드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혼합판매 주유소로 전환해 여러 정유사의 제품을 판매하려면 주유기를 따로 설치해야 하는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제도 도입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 가운데 암암리에 혼합판매를 실시하는 주유소가 늘면서 시장에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A 정유사 간판을 단 주유소에 B 정유사가 '가격 후려치기'로 제품을 공급하면서도 소비자가는 정상가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애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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