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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은 올해 비상한 각오로 출발선에 다시 섰다.
외환은행은 지난 2003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인수된 이후 느슨해진 조직 기강을 다잡아 예전의 명성을 회복한다는 열의로 가득 차 있다.
지난해 외환은행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당기 순이익은 1조6,547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47.5%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실적은 현대건설 매각으로 인한 이익(8,756억원)이 영향을 미친 만큼 실적 개선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로 윤용로 행장은 지난 3월 중순 기자간담회를 통해 연이은 인수합병(M&A) 이슈로 조직의 역량이 분산되면서 외환은행의 최대 강점으로 꼽혀왔던 기업금융과 외환 분야에서 시장 일부를 빼앗긴 만큼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 외환은행의 수출입 관련 업무, 외환 업무 등은 오랜 전통과 노하우 덕에 여전히 시장점유율이 30%가 넘지만, 기업여신 쪽이 약해진 만큼 이 부분의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란 설명이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죌 것을 주문함으로써 지난 9년간 뒷걸음질 쳤던 영업력을 단시일 내에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을 드러낸 것이다.
당장 외환은행은 론스타 색깔 벗기에 착수했다.
이를 위한 첫 조치로써 지난 3월 임시주총에서는 분기배당을 폐지하고, 6월말 반기배당만 가능토록 만들었다. 이전에는 3, 6, 9월 말에 실시해 이익 잉여금을 곶감 빼먹듯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분기배당에 철퇴를 가한 것이다.
이런 제도 정비와 함께 본점을 영업지원 체제로 바꾸고, 슬림화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하는 등 조직의 전열도 가다듬고 있다. 윤 행장은 "기업금융, 외국환 등 외환은행의 강점 부문에서도 다른 은행들에 뺏긴 부분이 적지 않다"며 "고객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외환은행은 영업점 수를 급하게 늘리지는 않을 방침이다. .
윤 행장은 "론스타 시절 신설 지점은 불과 35개에 그쳤다"면서도 "다만 은행 점포의 역할이 계속 줄고 있고, 모바일 뱅킹의 발전 속도도 빨라 지고 있어 무작정 지점을 만들기 보다는 전략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외환은행은 해외 영업에 방점을 찍겠다는 각오다. 해외 영업 비중이 기존 순이익의 10%에서 15%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것.
이를 위해 이미 현지에 진출해 있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벨트 강화를 비롯해 한국 교민들이 많이 분포해 있는 미국의 동ㆍ서부 등 틈새시장 공략,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 등 신흥시장 개척에도 나설 계획이다.
하나은행이 리테일이 강하고 외환은행은 기업금융이 강한 만큼 서로가 가진 정보를 공유하면 해외 영업에서도 상생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행장은 "글로벌 뱅크로 도약해 나가기 위해 하나은행의 PB분야와 외환은행의 기업부문이 힘을 모으면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페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산탄데르은행을 롤 모델로 삼아 우리와 문화가 비슷한 동아시아 화교권 진출과 아메리카지역의 교민사회 진출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윤 행장은 특히 "그동안 론스타 때문에 영업력이 많이 약해졌다"며 "정도 경영을 강조하고 강력한 조직문화를 형성해 내부 기강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외환은행은 이런 노력을 기울여 도 살려나가 과거 명성에 걸맞게 외국환 역량, 대기업, 신용카드, 투자금융 (IB)분야에서 핵심역량을 회복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외환은행의 적극적인 영업강화 움직임에는 향후 5년 동안 독립경영을 통해 외환은행의 브랜드가치를 올려둬야 한다는 판단이 녹아있다"며 "하나은행과의 경쟁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거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외환은행이 윤용로호 출범 이후 부쩍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업력을 회복하기 위해 금리 우대, 수수료 감면, 포인트 및 경품 지급 등의 고객 이벤트가 크게 늘었고, 의ㆍ약사 전용카드가 출시되는 등 새로운 상품으로 영업 기반을 넓히려는 시도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고객들에게 보은(報恩)차원의 기획 행사를 크게 늘려 실추된 외환은행의 정체성을 곧추 세우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외환은행은 이미 3월부터 두 달 단위로 이벤트를 기획해 자체 평가를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두 달간의 이벤트를 종합적으로 기획, 실시, 평가하는 구조를 정착시켜 고객과의 멀어진 거리를 가깝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윤 행장이 일회성이 아닌 상시적인 이벤트와 신상품 출시로 고객을 잡아야 한다고 누차 강조한 결과"라며 "고객 피드백을 통해 반응이 좋은 것들은 히트 상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 행장도 현장 경영에 팔을 걷어 부쳤다. 그는 전국 외환은행 지역본부를 직접 방문해 영업점 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윤 행장은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을 겨냥한 상품을 만들 것을 특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선 지점장이나 영업 직원들이 현장에서 기업들의 고충을 듣고 상품 기획에 반영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은행 임원진 역시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월부터 수시로 사내 워크숍과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4월까지 외환은행의 주고객과 접촉을 늘리며 본격적인 영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행장이 최근 직접 외환은행의 광고 모델로 나선 것도 고객 접점을 늘려 이미지 개선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다. 윤 행장은 현재 외환은행 광고모델인 여배우 하지원씨와 함께 '고객감사 새 출발 이벤트'에 등장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그 동안 론스타 이미지가 씌워진 만큼 빨리 그런 부문을 지워야 한다는 판단으로 행장님이 직접 광고에 나서게 된 것"이라며 "고객 반응이 좋아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
애널리스트가 본 이회사 이승준 HMC투자증권 연구원 외환은행은 올해 중소기업대출 부문의 성장률 목표를 공격적으로 설정했다. 최근까지 축소되었던 중소기업 대출을 다시 성장세로 돌려놓을 전망이다. 외환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지난해 4ㆍ4분기에 1.2% 수준으로 건전성에 대한 부담은 높지 않다. 외환은행의 올해 말 예상 주당순자산비율(PBR)은 0.58배로 업종 내에서 저평가되었다는 판단이다.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경영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수 후엔 과거 신한지주가 조흥은행을 인수했을 때처럼 실적이 부진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1ㆍ4분기에 조직개편이 마무리되면서 2ㆍ4분부터는 영업력이 개선될 전망이다. 또 이미 하나금융지주와의 인수가 승인되었기 때문에 향후 외환은행의 주가는 하나금융지주와 서로 괴리감이 생기기보다는 둘 다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4ㆍ4분기 기준 외환은행의 총여신 연체율은 0.6%로 낮은 수준이다. 기업연체율은 0.6%, 가계연체율은 0.3%로 안정적인 상황이다. 올해 말 예상 PBR 0.78배를 적용해 목표주가 1만1,000원,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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