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록물 관리가 법만 완비된 채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록물 전담관리 인력이 부처별로 한 명에 불과한데다 속기록 작성 등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 지원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부처 공무원들이 과외시간을 활용해 기록물 관리를 하는 등 제대로 된 문서보존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12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록물관리법령 등 제도는 잘 갖춰져 있으나 지원 미비로 주요 경제 관련 회의록조차 제대로 기록ㆍ보관되는지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실무 담당자들은 “법은 10년 앞서 있는데 현실은 10년 뒤떨어져 있다”는 말로 현 기록물 관리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속기록 작성 지정회의 17개=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주요 정책을 심의ㆍ결정하는 회의의 경우 속기록 작성 의무화를 지정할 수 있다. 속기록 작성 의무화로 지정된 회의는 이를 준수해야 된다. 하지만 참여연대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정부 부처 주요 회의는 총 87개, 이 가운데 속기록 작성 의무 회의는 17개인 19.5%에 불과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재정경제부의 경우 외국인투자위원회ㆍ시도경제협의회ㆍ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ㆍ경제정책조정회의 등 4개 회의만 지정돼 있다. 기획예산처는 기금정책심의위원회, 산업자원부는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 등으로 각각 1개에 불과하다. 이밖에 노동부 2개(노사정위원회ㆍ고용정책심의회), 건설교통부 2개(국가교통위원회ㆍ국토건설종합계획심의회) 등이다. 국무조정실의 일자리만들기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의 금융감독위원회,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등 주요 경제회의는 아예 의무화 대상으로 지정돼 있지도 않다. ◇인력ㆍ예산 지원도 태부족, 하고 싶어도 어려워=인력ㆍ예산 지원 부족도 문제다. 이렇다 보니 각 부처는 자체적으로 속기록을 작성, 보관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전문 속기사를 고용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지원은 찾아볼 수 없는 게 단적인 예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속기록 의무화 작성 회의도 각 부처에서 알아서 속기사를 채용해야 하는 구조”라며 “이렇다 보니 의무화 회의조차 각 부처 공무원이 녹음한 뒤 정리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록물 관리ㆍ보존도 각 부처에 1명씩 배정된 기록관리연구사가 도맡아 하고 있다. 속기록 의무화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은 회의의 경우 아예 기록되지 않거나 발언요지 정리 등 극히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관계자는 “각 부처 실ㆍ과에 기록물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어떻게 어떤 식으로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 파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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