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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시민단체-다국적 제약사 충돌
입력2006-06-15 15:08:19
수정
2006.06.15 15:08:19
다국적 의약사 `보험 약값 절감안 반대'에 시민단체 반발
보건의료시민단체들과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약값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모임인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우리 정부가 발표한 보험 약값 절감 방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비슷한 시간, 같은장소에서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의 연합체인 보건의료연합이 이에 항의하는 집회로 맞불을 놓은 것.
앞서 보건복지부는 5월3일 신약이라고 해도 경제성 등을 평가해 가격 대비 효능이 우수한 약만 보험혜택을 주는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KRPIA는 1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의약품 선별보험등재제도(포지티브 리스트)' 도입을 골자로 한 우리 정부의 약값 정책은 국내 환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자리에는 한국화이자, 한국MSD, 한국얀센 등 26개 다국적 제약사들의 경영진들이 다수 참석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에 신약을 들여오고 싶어도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꺼리게 되고, 신약 개발의 의욕까지 꺾이게 돼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혁신적 신약을 접할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KRPIA 마크 팀니(한국 MSD 사장)는 "실제로 보험 약제비에서 신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약제비의 3%밖에 안 된다"며 "보건의료시스템은 환자가 신약에 쉽게 접근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연합이 반격에 나섰다.
보건의료연합은 이날 웨스틴 조선호텔 앞에서 KRPIA의 기자회견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보건의료연합과 에이즈 환우회 회원 50여 명은 "이윤보다는 생명이 우선이다. 약값을 낮춰라", "사람은 에이즈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약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죽는다"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KRPIA의 기자회견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보건의료연합측과 이를 막는 KRPIA측간에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또 KRPIA의 기자회견이 끝나갈 무렵에는 보건의료연합 일부 회원들이 KRPIA측에 약값이 지나치게 높은 이유를 설명하라며 공세적 질문을 던지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소란스러운 상황이 전개됐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보건의료연합은 이날 우리 정부가 발표한 `포지티브 리스트 약값 계약제'는 현재 건강보험재정지출의 30% 가까이 차지하는 약제비를 절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도 시행되고 있다며 지지입장을 나타냈다.
이미 오래전에 실시되었어야 마땅한데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는 것.
보건의료연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국적 제약사들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우리 정부의 고유한 정책 주권 사항인 의약품 정책에 대해 주한미국 대사관과 유럽연합(EU)을 통해 이 제도의 도입을 저지하기 위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보건의료연합은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미 국내의 허술한 약값 정책을 통해 과도한 이윤을 챙겨왔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외국의 신약을 모두 선진 7개국의 평균 약값으로 대폭 인상하고 의약품 특허기간을 늘려 국내 복제의약품의 생산을 원천적으로 막으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연합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이 같은 주장이 실현되면 국내 약값의 폭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의 많은 환자는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으로 몰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보건의료연합은 건강세상네트워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참의료실현을 위한 청년한의사회, 의료사고시민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병원노동조합협의회, 전국사노동건강연대, 한국백혈병환우회 등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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