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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10시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백화점 문이 열리려면 30분을 더 기다려야 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매장 입구에는 대기열이 길게 늘어섰다. 이날 무역센터점 문화홀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주관한 예술작품 전시회 '현대아트페어 2014'가 열렸다. 성남시에서 왔다는 주부 안소연씨는 "집 근처에 마땅한 미술관이 없어 고민이었는데 백화점에서 전시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움 마음에 달려 왔다"며 "초등학생 아이도 오늘은 학교 가는 대신 체험활동을 신청해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정지선(사진) 회장의 특명을 받아 '문화백화점'으로 변모하고 있다. 업계 최대 규모의 전시회에 이어 각종 콘서트와 사진전까지 연달아 마련해 문화와 상품을 함께 선보이는 프리미엄 백화점으로 탈바꿈하겠다는 포부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문화홀의 올해 누적 관람객은 15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관람객보다 30만명 증가한 수치로, 백화점이 여느 미술관이나 예술관 못지 않은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지난 1985년 압구정본점에 업계 최초로 문화홀을 선보인 현대백화점은 올 들어 대형 문화행사를 본격 확대하고 있다. 지난 7~9월에 진행한 '꽃할배 사진전'에는 8만명의 관람객이 몰렸고 추석 직후에 선보인 '현대아트페어 2014'에는 4일의 ?은 전시회 기간에도 1만1,000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특별전시회인 '현대백화점 슈퍼 스페이지'는 2009년부터 17회를 진행했다.
백화점 문화홀뿐만 아니라 전용 전시장과 행사장에서 선보인 문화행사도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팝페라가수 일디보를 초청해 '일디보 잠실 콘서트'를 열었고 5월과 6월에는 예술의전당 내 한가람미술관 3개층을 통째로 빌려 '쿠사마 야요이 특별전'을 개최했다. 일본 설치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소개하는 이 전시회에는 14만여명의 관객이 몰려 최근 10년 사이 예술의전당 일일 최대 관객을 동원했다. 현대백화점은 올 연말에도 '청소년 독립영화제'와 '젊은 고객을 위한 DJ 콘서트'를 마련할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이 문화행사를 확대하는 것은 브랜드와 상품 경쟁만으로는 기존 백화점과 차별화를 이룰 수 없다는 정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백화점업계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엇비슷한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고 특가전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는 까다로워지는 고객의 발길을 붙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품격있고 격조높은 문화행사를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도 주된 이유다. 영화, 강연, 아동극 등의 천편일률적인 행사가 아닌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화행사를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집객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장(상무)은 "현대백화점은 업계에서 가장 많은 11개의 문화홀을 운영하고 있다"며 "고객과 소통을 강화하는 일환으로 고급 문화를 제안하는 백화점의 역할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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