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은 한 나라의 얼굴이요 이미지다. 선진국일수록 세계인의 입을 훔치는 음식이 많다. 한식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저 우리만이 사랑하는 음식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해외 어느 곳을 찾더라도 김치를 먹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일본인은 막걸리에 빠져 있고 서양인들은 불고기를 한국의 상징으로 떠올린다. 정부가 '한식 세계화'를 내세운 지 2년. 어느덧 한식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우리 고유의 음식이 이렇게 묵묵히 한국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물론 그 뒤에는 우리 식품의 명맥을 지키고 발전시켜온 식품명인들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한식이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 식품명인제도는 아직 보완할 측면이 많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韓食 세계를 유혹하다'라는 주제로 3회의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고 마지막회에서는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5명의 식품 명인들이 모여 한식의 세계화와 식품명인의 실효성 있는 발전방향에 대한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식품명인들은 한식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공로가 큽니다. 그러나 사회에서 그 가치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명인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향은 어떤가요. ▦김순자 명인=한식의 세계화 붐을 타고 막걸리가 상당히 발전했어요. 이제는 막걸리 안주를 서로 개발하려고 경쟁할 정도입니다. 한식 세계화에 있어 농식품 대표 브랜드는 명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가치관 하나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식품명인들에게 조금만 더 정부에서 관심을 가져준다면 농식품 세계화의 리더로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흥선 명인=식품명인으로 지정되니 책임감이 더 커졌어요. 식품박람회에 나갈 때도 세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품위를 유지하고 규격을 맞추기 위해 힘씁니다. 명인들은 한식의 얼굴과 같다고 봅니다.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식품명인은 인간문화재입니다. 그 자체가 보물이지요. 올해는 범위를 넓혀 전문성을 가진 식품기능인을 발굴, 일반 식품명인으로 지정하려고 합니다. 연내에 한식 조리 명인을 선발해 한식홍보대사로 임명하고 주요 국제행사 만찬 준비에도 참여시킬 계획입니다. 또 식품명인협회 주도로 교육이나 해외 선진국 방문 등의 프로그램도 확대하려고 합니다. ▦사회=명인들의 기능전수를 원활히 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희숙 명인=전통을 이어받더라도 전통만 고수하면 사장되기 마련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전통식품을 퓨전화하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수자들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모티브가 필요합니다. ▦김규흔 명인=저는 6월부터 미군 부대에서 한과를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1주일에 10명씩 4시간씩을 강의합니다. 그들의 2세들이 한과를 배워두면 본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우리 음식을 기억하고 확산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지원금은 많이 부족합니다. 연간 3,000만~4,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정부 지원은 10분의1에 불과합니다. ▦장 장관=기능전수는 명인 발굴 및 보호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명인의 기술은 개인의 것만이 아니므로 국가적 재산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대부분 1대1 도제식 교육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전수내용을 기록이나 영상물로 보존하거나 전수교육에 필요한 지원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오 명인=하나 덧붙이자면 대학생들이 식품명인들에게 기능을 수업 받는 것에 학점을 부여한다면 관심 있는 젊은 사람들의 참여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사람은 많은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장 장관=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마이스터대학을 잘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사회=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전수관 건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데요. ▦양대수 명인=지역별 혹은 권역별로 체험관을 만들면 식품명인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식품명인이라는 자리는 중앙부처에서 대우해주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국비와 지자체 예산을 매칭시키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좋다고 봅니다. ▦장 장관=명인의 기술을 알리기 위한 전수관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기록이나 영상으로 정리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앞으로 전수체계가 정비되면 전수교육비 지급 등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경영도 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고유의 맛을 가진 식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게 판매되도록 아이디어를 짜내야 합니다. ▦양 명인=농협 같은 곳에 홍보용 명인관을 짓는다면 인식이 크게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사회=식품명인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좋은 의견들이 제시됐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을 활용한 한식 세계화 방안은 어떤 것입니까. ▦김규흔 명인=저는 한과 일을 30년 동안 하다 보니 일본 화과자 업체인 도라야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세미나 학술대회 등의 교류를 갖고 있습니다. ▦김순자 명인=식품명인들이 국내에서 우리 것만 지키면 세계를 모릅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세계의 것도 알아야 합니다. 각 나라 식품명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길이 있었으면 합니다. ▦장 장관=전통음식을 발전시키는 것은 국가 브랜드를 제고시키고 품격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농식품 수출의 기초가 되기도 하죠. 태국은 세계화 프로젝트를 추진해 지난해 260억달러어치의 농식품을 수출했습니다. 음식 세계화는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품격도 높입니다. 정부는 수출이나 기내식 공급 등을 통해 외국인들도 명인의 식품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특히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국제행사에서 명인들의 식품이 만찬 메뉴나 건배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습니다. G20 회의가 끝난 뒤 11월에 열리는 푸드 엑스포에서도 명인들을 부각시키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사회=명인 제품에 대한 판로개척 지원도 필요할 텐데요. ▦박 명인=농수산홈쇼핑 등에서 특정 시간에 전통식품을 연계해 방송하면 많은 국민들에게 알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우수한 제품이 마케팅 부족으로 활성화되지 못한 것을 보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장 장관=최근 명인들이 수출이나 급식 납품 등 스스로 판로를 개척하려는 노력이 늘고 있습니다. 정부도 수출지원 사업 등 기존 농식품 사업 중 명인의 판로개척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대상을 확대하겠습니다.
2008년 제작불구 홍보부족 "다양한 마케팅으로 부각필요" 식품명인들의 명함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점이 하나 발견된다. 머리에 갓을 쓴 사람이 무언가를 한가득 품에 안은 모습. 바로 식품명인 로고다. 식품명인제는 지난 1994년 제정됐지만 식품명인 로고는 2008년에야 비로소 만들어졌다. 새로운 심벌은 대한민국의 첫 자음(ㄷㅎㅁㄱ)을 모티브로 삼아 식품명인의 열정적인 모습을 해학적으로 형상화했다. 아래에는 '대한민국 식품명인(KOREAN FOOD GRAND MASTER)' 글씨가 새겨져 있다. 색상별로 검은색은 식품명인의 정통성을, 청색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재료를, 사각 모양의 오렌지색은 즐겁고 행복한 먹을거리를 위한 정성, 그리고 명인이 담아내는 가치를 표현했으며 녹색의 나뭇잎은 깨끗한 자연 산물을 이용한 전통 비법과 한국 식문화를 의미한다. 전체적인 형태와 컬러에서 한국적 이미지를 부각시켜 전통을 계승하는 한국식품명인제도의 가치를 부여했으며 식품명인이 생산하는 제품의 포장·용기 등의 표면 또는 송장 등에 표지를 붙이거나 인쇄·게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홍보가 잘 되지 않은 탓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순자 김치 명인은 "로고를 만들었으니 식품명인인지 알 수 있도록 집중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면서 "국내외 식품명인전을 개최한다거나 관광공사 등을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대수 한국식품명인협회 회장은 "식품명인 로고가 제작된 지 햇수로 3년이 됐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더욱 부각시키고 식품명인의 가치도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