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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아마추어 행정에 알짜사업 해외에 뺏길 수도

사업성 악화·MB정부 사업 이유로… <br>■ 해외 자원개발 곳곳서 휘청<br>"중기도 이런 식으로 파트너 관리 안한다"<br>근시안 정책 탓 미래 에너지 개발 붕괴 우려


"저쪽 파트너는 수년째 그대로인데 우리는 담당 장관만 벌써 4명이 바뀌었습니다. 외신은 한국이 해외 사업 구조조정을 한다고 떠듭니다. 중소기업이 사업할 때도 이렇게 허술하게 파트너를 관리하지는 않습니다."(UAE 원자력발전 사업 핵심관계자)

새 정부 출범 이후 해외 자원 개발 홀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자원 가격이 하락해 사업성이 안 좋아지는 마당에 정권 차원의 지원마저 끊기다 보니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이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있다.

지난 정부가 5년간 쌓아놓은 해외 네트워크도 사라질 위기다.

전문가들은 MB정부 때처럼 휩쓸리듯 해외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되지만 전 정권 사업이라고 무조건 박대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성원모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우리의 자원개발 능력은 아직 절대적으로 후진국 수준"이라며 "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잃어버리면 우리 업체도 기술력과 사업 능력을 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자원 가격 하락한다고 해외 사업 줄줄이 구조조정=박근혜 정부 출범과 맞물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줄줄이 차질을 빚는 것은 1차적으로는 자원 가격이 하락한 탓이 크다.

MB정부 출범 초기 자원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할 때는 사업성이 좋아 보였으나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자원 수요가 줄자 사업성이 악화된 것이다. 모든 자원 가격이 기준이 되는 국제 유가(WTIㆍ서부텍사스산중질유)는 2008년 배럴당 145달러까지 상승했으나 현재는 배럴당 95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셰일가스 등 비전통자원 개발로 자원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점도 우리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성 악화는 박근혜 정부 들어 시작된 해외 자원 개발 구조조정에 상당한 명분을 줬다. 정부는 자원 개발의 질적 성장을 위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올해 말까지 과감히 구조조정하겠다고 이미 발표했다. MB정부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대적인 메스를 들이대는 것이다.

◇자원 개발 둘러싼 성과주의와 아마추어 행정=하지만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이 20~30년의 성과를 보고 평가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섣부른 구조조정에 문제가 많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정부가 정권 코드에 맞추기 위해 해외 자원 개발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대놓고 발표하는 것은 아마추어적인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해외 자원 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도 몰래 해야 하는데 정부는 전세계에 우리가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떠들고 있다"며 "해외 자원 메이저 사이에서는 한국의 좋은 사업을 싸게 가져갈 기회가 생겼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석유공사ㆍ가스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은 최근 사업성이 좋지 않은 일부 사업을 매각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 의사를 타진했으나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개발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사업성이 안 좋아 팔려고 하는 사업을 해외 메이저 기업이 고분고분 사갈 리가 없다"며 "정부가 구조조정 성과를 내라고 독촉하면 공기업은 결국 사업성이 좋은 미래 사업을 팔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자원 개발 홀대 네트워크 등 붕괴로 이어질 수도=우리 정부와 기업은 지난 IMF 때 해외에서 추진하던 자원개발 사업을 대거 매각했다 수년 후 그 사업에서 엄청난 수익이 나는 것을 눈물로 목격해야 했다. 삼성물산과 석유공사가 참여했던 이집트 칼다 유전 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 홀대가 자원 가격 하락과 맞물려 우리 자원 개발 사업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철규 해외자원개발협회 상무는 "지난 정부가 해외 자원 개발과 관련한 양적 팽창을 추진하기는 했지만 아직 우리 국력이나 에너지 수요에 비하면 성장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며 "미래 에너지 수요 등을 고려해서라도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는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략 지역으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 등 중동 자원 외교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좀더 시스템화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원외교가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일부 측근에 의해 좌우될 경우 다음 정권의 반발 심리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UAE 원전 사업에 참여했던 한 핵심관계자는 "UAE 원전 사업 등 핵심사업은 일부 스타플레이어에 지나치게 의존해 사업이 추진돼왔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자원개발 파트너십을 구축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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