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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바우드 에너지풀 CEO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원전 1기 전력량' 만들죠"

ICT·IoT 기반 수요반응관리로 전기 절감하는 가상발전소 운용

"수요관리=발전이란 인식으로 한국도 에너지 문제 해결 가능"


프랑스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600㎞ 가량 떨어진 샹베리. 기자는 이곳에서 발전소 없이 전력을 만들어내는 에너지풀 본사를 찾아갔다. 조그만 1층짜리 건물에서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만들 수 있는 전력량은 원자력발전소 1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1,200㎿. 다만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대신 150여개 기업들이 쓰고 있는 전력을 차단하는 수요반응관리(DRㆍDemand Response)를 통해 여유 전기를 만들어 낸다.

전력 수요관리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리비에 바우드(사진) 에너지풀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는 "더 나은 IT시스템이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면서 수요관리 시장을 키웠다"며 "우선 시멘트, 철강 등 모든 공장의 공정이 IT시스템으로 정교하게 관리가 가능해졌고, 소비자들은 전기를 얼마나 쓰고 얼마를 내야 하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사업자간 복잡한 전력거래도 정밀하게 계산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바우드 CEO는 '수요관리가 돈이 된다'는 것을 경험한 후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2003년 알루미늄 회사에서 일할 때 프랑스는 가뭄과 폭염으로 전력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며 "그때 플랜트 생산량을 감축해 전력소비를 줄이는 대신 그 만큼 돈을 받자고 제안해 상당한 수익을 냈다"고 소개했다. 당시 알루미늄 플랜트는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썼다.

바우드 CEO는 "기업은 수요관리로 전기료를 절감하고 절감한 전기를 파는 이중의 수익을 얻는다"며 "프랑스 정부도 전력과 에너지 소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요관리 시장육성에 적극적"이라고 소개했다. 수요관리 서비스를 받으면 전기료가 평균 15% 줄어든다.

에너지풀은 프랑스 전력 수요관리 시장의 75%를 점하는 선두업체다. 지난 2009년에 창업했고, 2010년에 에너지관리 전문회사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지분의 51%를 인수하면서 파트너십을 맺었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29일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수요관리 시장이 개설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아직은 수요관리가 낯설 수 밖에 없다. 특히 전력은 전기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리는 피크타임이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발전소를 짓고 송전탑을 세우는 공급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유럽 등 선진국은 발전량을 늘리는 대신 피크부하를 낮추는 수요관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수요관리는 제조업의 공정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필수다. 바우드 CEO는 "전기를 많이 쓰는 알루미늄, 철강, 시멘트 공장 등의 공정을 분석해 언제든지 멈출 수 있는 공정, 멈추는데 시간이 걸리는 공정, 절대 멈출 수 없는 공정 등으로 나눈다"며 "전기를 많이 쓰는 여러 개 기업을 묶어 공정별로 관리하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공정을 세워 전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관리는 절감할 수 있는 전력량과 이에 걸리는 시간도 중요하다. 에너지풀은 150여개 기업을 통해 1,200㎿를 확보해뒀다. 5만 명이 한 달 가량 쓸 수 있는 전기량이다. 시간은 3초 이내에 550㎿까지 가능하다. 올해는 응답 시간을 2초 이내로 단축할 계획이다.

에너지풀은 최근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한국시장 진출도 시간문제다. 바우드 CEO는 "한국은 전력수요가 계속 늘고 있고, 산업용 전력의 비중이 높아 수요관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도 '수요관리=발전'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당면한 여러가지 에너지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한국은 산업용 비중이 전체의 55%로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고, 100개 사업장이 전체 가정이 쓰는 만큼 전기를 쓴다. 또 지난해는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이 피크타임 때 원전 1기 생산량에 해당하는 1,060㎿의 전기를 절감하는 등 수요관리에 대한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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