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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수출, 제품경쟁력으로 승부해야
입력1999-06-21 00:00:00
수정
1999.06.21 00:00:00
趙龍伯(대신경제연구소 이사)1,20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원_달러환율이 최근 1,160원까지 하락했다. 반면 엔_달러환율은 일본은행의 잇따른 시장개입으로 달러당 120엔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수출업계에 환율비상이 걸렸다.
원_달러환율도 중요하지만 원_엔환율 10대 1이 깨지면서 수출 차질은 물론 국내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출상품구조는 일본과 비슷하다. 상위 30개 수출품목을 살펴보면 일본과 동일한 품목이 15개나 된다. 승용차, 선박,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컴퓨터 주변기기 등 대표적인 수출품이 일본과 겹친다. 미국이나 중화권에 대한 시장의존도마저 유사하다. 따라서 엔화에 비해 원화가치가 오른다는 것은 우리 수출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지난 95~96년초에 보여주었던 것처럼 환율정책 실기(失機)로 인한 수출차질을 경계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지난 95년 엔_달러 환율이 84엔을 바닥으로 상승하기 시작할때 원_달러환율은 760원 수준이었다. 96년 중반 엔화환율은 28%가 올랐는데 원화환율은 고작 3% 오르는데 그쳐, 100엔당 900원이던 원화환율이 7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따라서 원화의 상대적 고평가에 따른 가격경쟁력 상실로 96년 4월부터 수출증가율이 급속히 둔화되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96년 하반기에는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렇듯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나 수출업계의 환율에 대한 민감한 반응, 정부에 대한 적절한 환율정책 요구 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단기적인 파동에서 마저 나타나고 있는 환율에 대한 최근의 우려는 너무 과하지 않나 싶다. 또 수출기업들이 언제까지 환율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개선에만 열을 올려야 하는가. 도대체 우리나라 수출제품은 얼마나 제품경쟁력이 없기에 이렇게 환율에만 연연하는가.
2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우리는 80년대에도 업종전문화를 얘기했고, 90년대에도 역시 제품경쟁력을 논했다. 신산업정책이나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국제화, 세계화에 대비하기 위해 제품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얼마나 외쳤던가.
반면 가격경쟁력은 어떠했는가. 80년대 초반에 원화는 100엔당 200~300원 수준이었고 90년대 초반에는 500~600원선이었다.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는 700원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000원대로 상승했다. 결국 원화는 엔화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면서 가격경쟁력 개선은 계속될 것이다. 기업들은 이렇게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나타났던 가격경쟁력 개선을 얼마나 활용했는가.
환율의 가격경쟁력을 얘기할때 상대국가의 물가상승차를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실질구매력을 도입한 실질환율 개념으로 비교해보자. 일본과 생산자물가(도매물가) 상승률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현재 80년에 비해 거의 배가 올랐지만 일본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일본은 80년대 후반부터 물가가 하락해 80년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질 개념으로 본다면 원화환율이 배이상 올라야 했지만 5배이상 상승한 것은 그만큼 우리 수출기업들이 환율에 의한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하지 않았나 한다. 또 최근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 채산성 하락분은 금리하락, 임금 및 지대(임대료)하락, 외화부채원리금 상환부담감소 등으로 상당부분 상쇄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것까지 고려한 가격경쟁력 개념으로 본다면 최근 우려는 지나친 목소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여기서 환율의 방향이나 변동폭을 운운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 수출기업들이 환율에 대해 너무 집착한 나머지 정말 간과해서는 안될 비(非)가격경쟁력 부문의 개선에는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노파심이 든다.
수출에서 정부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 정부가 환율정책을 잘못 이끈 경험도 있는 만큼 걱정하는 차원에서 하는 소리라는 것도 이해한다. 따라서 정부 역시 수출경쟁국의 환율정책을 주시하면서 적절히 대응할 필요도 있다. 또 무역금융이나 수출보조, 규제완화 등 여러가지 면에서 정부가 가격경쟁력을 키워줄 수 있는 분야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까지 세계화를 얘기하면서 정부정책에만 기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왜 비가격경쟁력분야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는 것인가. 우리 수출제품에서 제품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부문은 과연 몇 개나 될까. 메모리 반도체, LCD, 브라운관 정도일 것이다. 그동안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화니 전략사업 육성이니 하고 외쳤던 것이 말잔치로 끝나지는 않았을까.
현재 우리는 IMF를 겪어내면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약화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게 사실이지만 거시경제 여건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에야말로 말끔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된다. 즉, 지금이 기업이 제품경쟁력을 키우는 적기(適期)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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