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새해 첫 거래일에 삼성전자와 자동차주가 엔저 바이러스에 감염돼 급락하더니 이틀째에는 이 바이러스가 내수 업종 전반으로까지 확산됐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엔저에 따른 실적 우려가 투자심리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방향을 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실적 우려감을 털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7일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07%(21.05포인트) 하락한 1,946.14포인트에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이 전날 3,136억원에서 이날 3,213억원 순매도로 매도세를 키우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피지수가 1,950포인트 아래로 마감한 것은 지난해 11월29일 이후 처음으로 전날 하락분을 포함하면 새해 들어 2거래일 동안 65.20포인트, 비율로는 3.24%가 빠졌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이틀 새 40조원에 달하는 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맥을 못 추는 것은 실적과 환율에 대한 우려감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그동안 자동차주에 국한됐던 환율 리스크가 음식료품과 유통업 등 내수업종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반등하고 있는 물가와 높은 정부부채를 감안할 때 일본이 무한정 돈을 풀기는 어렵지만 올 상반기까지는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원·엔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내려오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엔화 약세의 부담은 자동차와 전기전자 등에서 내수업종으로 확대되는 조짐"이라며 "이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중소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져 국내 내수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전날 시장 대비 선방했던 내수업종의 이날 급락세가 두드러졌다. 금융업이 2.18% 곤두박질쳤고 서비스업(-1.65%), 음식료품(-1.63%), 유통업(-1.51%)도 낙폭이 컸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의 내수업종에 대한 매도세가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매수세를 나타내면서 추가적인 매수 여력이 적은 기관은 삼성전자를 팔고 내수 업종을 사들이며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서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수익률을 확정한 기관이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로 시장 전체가 출렁이자 서둘러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기관은 이날 서비스업에서 472억원어치를 내다팔았고 통신업과 유통업·건설업도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국내 경기를 감안하면 내수업종이라고 해서 실적 기대감이 큰 것은 아니다"라며 "이에 기관이 그동안 매수에 나섰던 종목의 매도세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하락세가 진정되고 반등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실적 우려감을 떨쳐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장 오는 7일 예정된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그동안 우리 증시를 주도했던 종목들이 무너지면서 시장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실적에 대한 우려감 때문으로 삼성전자가 잠정 실적을 발표하는 7일까지는 시장의 불안정한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성민 센터장도 "실적 우려감이 주가에 선반영된다고는 하지만 확인하려는 심리도 크게 작용한다"며 "삼성전자를 포함해 주요 기업들의 4·4분기 실적이 어떻게 나오든지 실적 확인 과정을 거친 후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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