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산 포도가 휘어잡고 있는 수입산 포도 시장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 4월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고 연내 발효 예정인 호주가 청정한 자연환경과 첨단 시설, 까다로운 방역 시스템 등으로 무장한 고급 포도로 칠레산 포도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윌리엄 패터슨(65·사진) 주한 호주대사는 지난주 한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인 호주산 포도에 대해 "한국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 농작물 관세가 0%가 예상되는 2019년쯤 수입산 포도 시장의 15%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 소비자는 입맛이 보수적인 편이지만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다양한 포도 맛을 기대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칠레산보다 약간 비싸겠지만 뛰어난 맛과 신선도를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패터슨 대사가 '프리미엄' 호주산 포도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칠레산 포도가 이미 무관세 혜택을 받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데다 과도한 농약 사용 의혹을 받고 있는 점을 파고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호주산은 청정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거리라는 애기다.
그는 "호주산 포도는 껍질째 먹어도 절대 안전하다"며 "최소한의 농약만 쓰고 있고 이 농약도 독성성분과 지속성이 없어 인체에 무해한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칠레산보다 호주산 포도가 더 안전한 편이다. 칠레산은 우리나라까지 오려면 배로 한 달 가까이 걸리지만 호주산은 2주면 충분하다. 또 수확한 포도에서 나올 수 있는 해충(파리류)은 3℃ 이하 냉장 컨테이너에 담겨 이동하는 기간에 모두 제거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호주 정부는 수출 농산품에 대해 최소 3년간 식품 안전성을 따지는 별도의 심사 과정을 거친다.
맛도 차별점 가운데 하나다. 호주산 포도의 평균 당도는 18브릭스(brix)로 달콤한 맛이 강하고 과즙이 풍부해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아삭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패터슨 대사가 인터뷰 도중 포도를 직접 먹어보며 "아삭하고 신선하다(Crispy & Fresh)"는 자랑을 한 것도 이 때문. 수확하는 품종은 청포도와 적포도가 9가지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지만, 적포도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를 고려해 적포도인 크림슨 시들리스를 선보였다.
호주산 포도는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생산량의 65%에 해당하는 7만t을 홍콩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전 세계 52개국에 수출됐다. 우리나라는 조금 늦게 접한 편이다. 대신 한·호주FTA가 발효되면 우리와 정반대인 계절 덕분에 서로의 제철 포도를 수입해 먹는 관계가 될 전망이다. 현재 호주산 생과는 망고와 포도, 체리가 수입되고 있으며 앞으로 감귤류도 식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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