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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 룰을알라] 운수 좋은 날
입력2003-02-10 00:00:00
수정
2003.02.10 00:00:00
이재용 기자
라운드를 하다 보면 좋지 않은 상황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날이 꼭 있다. 워터해저드만 나타나면 알아서 볼이 그곳에 잠수하고 나무에 맞으면 튕겨서 꼭 OB 구역에 떨어져 버린다.
골사장에게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벙커만 있으면 볼이 기어코 그리로 찾아 들어간다. 잘 맞은 티 샷이 끝에서 휘어지면서 또 벙커 쪽으로 숨어 버린다.
벙커에 가서 보니 볼이 반쯤은 모래에 파묻혀 있다. 팔자를 탓하며 탈출을 시도했지만 턱에 맞고 다시 굴러 내려온다. 세 번의 시도 끝에 겨우 탈출에 성공한 골사장. 참담한 심정으로 모래를 정리하고 나오는데 벙커 턱에 또 하나의 볼이 있는 게 아닌가.
확인해 보니 그게 바로 골사장의 볼. 벙커에서 세 번씩이나 용을 쓰게 만들었던 공은 누군가가 잃어버린 볼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오구(誤球) 플레이로 2벌타를 또 먹어야 하나.` 이때 캐디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얘기를 한다.
“해저드에서 친 오구는 벌타가 없어요. 벙커도 해저드로 치니까 다시 본인 볼로 2타째를 치시면 되죠.”
현진건이란 작가도 아마 오늘 골사장 같은 경험을 했다면 `운수 좋은 날 2`를 쓰지 않고는 못 배겼을 것이다.
해저드 내의 경우를 제외하고, 경기자가 오구(誤球)로 한 번의 스트로크 또는 여러 스트로크를 한 경우 그 경기자는 2벌타를 받는다. 만일 경기자가 해저드 내에서 오구를 몇 번 치더라도 벌은 없다. 경기자는 정구(正球)로 플레이 함으로써 잘못을 정정해야 한다. (규칙 15조3항)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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