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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혼선에 시장만 혼란] 無원칙… 無소신… 無대응력 “3無위기”
입력2003-05-12 00:00:00
수정
2003.05.12 00:00:00
이혜진 기자
`3무(無)``정부의 위기`
참여정부의 정책대응을 한마디로 압축한 평가다. 원칙도, 소신도, 대응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 벌써 두 달이 훨씬 지났다. 그러나 경제팀은 눈치보기와 대증적인 대응에만 급급하고 있다. 대통령의 질책이 떨어져야만 부랴부랴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것도 임시방편적인 대응일 뿐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여론에 끌려다니는 모습도 답답할 지경이다. 정부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보니 기업들은 경영계획수립과 집행을 뒤로 미루고 있다. 부풀어오른 풍선의 한 쪽을 잡으면 다른 쪽에서 불거지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지금은 새 정부의 집권초기다. 두달이 겨우 지났을 뿐이다. 예전같으면 정부정책이 어느 때보다도 힘을 받을 시기다. 그러나 지금 정부정책은 공백에 가깝다. 경제전문가들은 국가정책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고, 정책의 일관성과 확신을 줄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국정혼란과 경제난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불과 한 달여만에 뒤집히는 상황에서 정부에 과연 통제탑(control tower)이 있는 지 의문이다”며 “정부가 민감한 현안에 대한 사전대응 및 조정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뒤늦은 대응, 혼란만 가중=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에서도 나타났듯이 정부의 늑장대응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부동산대책만 보더라도 그렇다. 단타매매를 노린 분양권 전매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작년 하반기부터 건설교통부 홈페이지에는 `분양권 전매를 전면금지해 줄 것을 요청`하는 민원이 잇따랐다. 투기세력이 어느 지역에 몰리고 있으며, 이들이 시장을 어떻게 어지럽히고 있는 지 등에 대한 제보도 잇따랐다. 그러나 건설교통부는 1년이 다 된 지난 9일에야 투기과열지구내 분양권 전매전면금지조치를 내렸다. 결국 큰 고기는 다 도망간 뒤에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이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일부 지역만 전매제한을 하면 다른 지역으로 투기수요가 옮겨갈 것인 데 그에 대한 대책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분양권 전매대상으로 주상복합까지 확대시켜야 한다는게 관련업계의 권고다.
◇안이한 대응, 여론에 밀린 정책결정=재정경제부는 연초만 하더라도 경기부양책이나 금리인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누차 강조했다. 그러나 경기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슬그머니 부양쪽으로 말을 바꿨다. 기업이나 개인들은 이미 체감경기가 너무 좋지 않아 씀씀이를 줄이고 투자를 축소했는데 정부나 팔짱을 끼다 뒤늦게 부양책을 들고 나왔다. 금리정책도 그렇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박승 총재는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고 하더니 여론이 좋지 않자 금리를 내리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꿨다. 그러나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기도 전에 시장은 이미 금리인하를 반영해 움직였다. 이제는 한은이 콜금리를 인하해도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가계부채로 소비심리가 안정적 경로를 이탈하고 기업이 현금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화되는 시점에서 금리인하는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지 못하고 투기심리만 자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오히려 금리인하 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이는 최근 노사관계 악화에 따른 임금인상과 맞물려 물가상승 압력을 더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정과 통합, 종합대응기능 절실=경제전문가들은 물론 정부관리들도 정부정책이 명확하고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인이든, 관리들이든 현재 행정부의 운영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예전에는 경제부총리가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통제하고 조율했는데 지금은 서로 자기입장만 반영해 정책을 하다보니 오락가락, 우왕좌왕한다는 얘기다. 부동산과 금리정책은 같이 맞물려 생각해야 하는데 부동산 따로, 금리정책이 따로 돌아가서는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다. P투신운용사의 K사장은 “정부가 부동산가격 급등을 잡겠다면서 금리를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기업의 자금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실물경기는 살리지 못한 채 물가나 부동산 가격만을 자극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우리나라 부동산 대책은 상처가 터져야 치료책을 내놓는 식”이라며 “한번 오른 부동산 가격은 다시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예방책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안정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문재,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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