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가격이 폭등하고 우윳값이나 택시요금 등 서민물가가 오르면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하반기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전국 성인남녀 1,015명을 조사해 내놓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중산층과 체감중산층의 괴리'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민의 체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5.4%에 달했다.
이는 통계청이 집계한 상반기 소비자 물가상승률 (1.3%)보다 네 배가량 높은 것이다.
OECD 기준 중산층은 전체 가구의 연 소득 중간 값의 50~150% 사이에 있는 가구를 말한다.
하지만 이들 중산층에 포함된 응답자 중 54.9%는 자신을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으로 생각하는 가구보다 스스로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가구에서 체감물가 상승률은 더욱 높게 나왔다.
통계청이 공식 집계한 소비자 물가는 지난 7월까지 9개월 연속 1%대 상승률에 그치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목표인 2.5~3.5%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내놓는 상황이다.
하지만 설문 조사에서는 중산층의 체감물가가 5%를 넘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산층 안에서도 가계지출이나 부채가 많은 가구일수록 체감 물가가 훨씬 높았다.
이는 실생활과 관련한 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물가는 2010년 1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8.5%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의류ㆍ신발 물가는 11.7%, 식료품ㆍ음료는 16.4%, 주택ㆍ수도ㆍ전기ㆍ연료는 14.0%씩 치솟았다.
현재 소비자물가를 산정할 때는 5년마다 품목ㆍ가중치를 바꾸는데 갈수록 빠르게 변하는 가구의 소비구조를 반영하기에는 5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표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가격 폭등뿐 아니라 우윳값ㆍ택시요금 등 소비자와 밀접한 각종 물가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국이 지표물가만으로 정책을 펼치면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체감물가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통계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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