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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문화의 달 10돌/“정보통신 혁신” 생활·문화변혁 이끈다

◎가상세계가 이젠 삶의 주터전/홈뱅킹·티켓예약서 영상편지로 안부묻기까지/대학도서관 네트워크화… 온라인 과외 시동도/전자메일로 지시­결재·인터넷 광고 등 활발올해로 6월이 정보문화의 달로 지정된지 10년이 됐다. 10년 전만 해도 286 PC 등장, 휴대폰 국산화, 4M D램 개발 등이 방송과 신문을 장식한 화제거리들. 펜티엄PC와 인터넷 열풍, 이동전화 4백만명 가입 등 요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살아가는 모습도 놀랍게 바뀌고 있다. 컴맹, 넷맹이란 말들이 일상용어로 쓰일정도로 정보통신은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바로 정보통신이다. 올해 정보문화의 달 주제가 「정보화로 희망의 21세기를」인 것도 그 때문이다. 제10회 정보문화의 달을 맞아 정보문화의 다양한 모습과 미래상을 특집에 담았다.<편집자주> 63세의 조순애 할머니는 요즘 PC 덕분에 회춘하고 있다. 조할머니는 PC로 반상회보를 만들어 이웃 주민에게 동네 소식을 전하고 손자 허희재(9)군과 손녀 민재(14)양의 생활계획표를 직접 만들어 준다. 또 PC통신으로 비행기표를 사거나 은행일을 처리하고 시장을 보는 등 맞벌이 부부인 아들 내외를 대신해 살림을 도맡고 있다. 조할머니에겐 노인의 무능과 허무를 탓할 시간이 없다. 그는 여전히 허씨 집안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이처럼 정보통신기술이 생활문화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기업·가정·학교·행정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생활 패러다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가상」(Virtual)이란 말로 집약된다. 인터넷, 광통신, 무선통신, 위성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시간」과 「공간」이라는 전통적인 세상의 두 축이 점차 사라지고 이를 초월하는 「가상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회사·은행·시장·극장·관공서 등 삶의 주요 공간들이 속속 가상공간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SDS 남궁석 사장에겐 자신이 있는 곳이 곧 회사다. 지난달 미국 마이크로소프사 빌 게이츠 회장의 「집들이」에 초대된 남궁사장은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전자메일로 국내에 있는 사원들에게 즉각 소개해주고 현지에서 직접 각종 서류를 결재했다. 대구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이대수 사장은 지난달 8일 어버이날에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 이날 서울에 사는 아들 상협군(18)은 직접 개발한 멀티미디어 저작도구로 반포지효의 마음을 전자영상편지에 담아 인터넷으로 부모에게 전했다. 음악·그림·음성·문자 등으로 만들어진 이 영상편지에서는 아들의 갸륵한 마음이 뚝뚝 묻어났고 아버지는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카네이션 한 송이에 비길 바가 아니었다. 정치인이나 관료들도 가상세계에 참여하고 있다. 현실이 안고 있는 한계를 가상세계로 극복하려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으로 펼칠 수 없었던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정책의 중요성을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하고 있다.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를 비롯 수십명의 국회의원들과 청와대 등 각 행정기관이 이미 인터넷에 홍보공간을 마련해놓고 있다. 학교도 가상세계로 옮겨지고 있다. 이미 가상대학, 가상초등학교가 만들어졌으며 정부는 엄청난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온라인 과외를 실시한다고 한다. 또 국내에서 미국 대학원의 학위를 받게 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국내 대학 도서관간에 네트워크가 설치돼 서로 정보를 주고 받고 있다. 가상세계의 마력에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 기업이다. 가상세계가 단순히 기업의 경영문화를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인터넷전화 및 팩스, 전자상거래, 인터넷광고 등 새로운 비지니스를 무궁무진하게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이미 가상세계의 마력에 넋을 잃고 있다. 결국 정보통신기술은 현실세계의 인간에게 가상세계라는 또 하나의 세상을 선물한 것이다. 이를 건강하게 유지·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숙제와 함께. 지난 88년부터 「정보문화의 달」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한국정보문화센터의 정진일 사무총장은 제 10회 정보문화의 달을 맞아 『21세기에는 정보문화의 수준이 삶의 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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