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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에 바란다] <3>손성원 전 LA한미은행장

"생산성 확대 위해 규제 획기적으로 완화 필요"



[새정부에 바란다] 손성원 전 LA한미은행장 "생산성 확대 위해 규제 획기적으로 완화 필요" 뉴욕=권구찬 특파원 chans@sed.co.kr 관련기사 • 월가가 보는 올해 한국경제 “한국 금융기관은 한국을 벗어나 세계와 경쟁해야 합니다.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은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으로 뛰어드는 것입니다.” 손성원 전 LA한미은행장은 지난해 말 서울경제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샌드위치 위기론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한국경제의 활로에 대해 이같이 평범한 조언을 던졌다. 뉴욕 월가 출신답게 신성장동력으로 금융산업을 꼽은 손 전 행장은 “한국인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좀 더 늘어나기를 바라는데 불행히도 금융산업에서는 그런 글로벌 기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금융산업 국제화를 위해 해외 유수의 금융기관을 인수하거나 해외의 우수 인재를 한국으로 불러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세계적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ㆍ위험감수)이 없는 데서 비롯됐기 때문에 해외 진출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손 전 행장이 지적한 해외는 이머징마켓이 아니라 뉴욕 월가와 영국 금융가인 런던 더시티를 말한다. 새 정부의 경제회생 방안과 관련, 손 전 행장은 생산력 확충을 최우선 과제를 꼽았다. 생산력이 오르면 제품의 질은 좋아지고 가격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생산력 확충방안으로 ▦획기적인 규제완화 ▦작은 정부 ▦해외 투자 유치 ▦국내 저축률 확대 ▦공기업 민영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규제는 해외 투자가들이 한국투자를 결정하는 최대 요소인 신뢰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네거티브(열거된 조항 외에 모두 허용)’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전 행장은 오랫동안 논란이 돼온 금산분리에 대해 “대기업의 지분한도를 10~15%로 늘린 뒤 점진적으로 철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금산분리제도를 궁극적으로 폐지하더라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는 2월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뉴욕 월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대한 신뢰도는 많이 개선됐지만 참여정부에서 신뢰도가 조금 약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외국인들은 참여정부가 성장보다 분배에 치중한 점과 노동조합이 강해졌고 행정규제도 많았다는 점을 우려해왔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거나 투자할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뉴욕 월가 금융기관들은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후보의 당선 자체가 한국의 대외신뢰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월가는 냉정합니다. 공약을 실천으로 옮겨야 합니다. 해외투자가들은 이 당선인의 말이나 공약보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예의주시할 것입니다. -대외신인도를 높이려면 새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투자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규제를 풀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당선인이 기업친화적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힌 만큼 기대가 큽니다. 인허가에는 이런저런 규제가 많고 공무원조직은 비대해져 규제를 계속 만들어냅니다. 과거 DJ정부 시절 민영화를 추진하다 참여정부 때 중단됐지요. 민영화 중단은 한국의 정책일관성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것입니다. -새 정부는 경제회복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데요.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요소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노동력과 자본, 생산성입니다. 노동력은 한정돼 있습니다. 자본을 늘리려면 국내 저축과 해외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해외 투자유치의 승패는 결국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결정합니다. 자본확충보다는 생산성 확대가 더 중요합니다. 생산성 확대를 위해 우선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잔가지를 손보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획기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현행 규제 시스템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으로서는 싫든 좋든 글로벌화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새 정부는 7% 성장을 공약했는데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지난 5년간 4% 조금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글로벌 호황이 지속된다는 점을 감안하고 한국의 경쟁국에 비한다면 낮은 편이었지요.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참여정부는 경제를 잘 관리하지 못했기에 다음 정부는 성장률을 더 끌어올릴 여지가 많다고 봅니다. -7% 성장을 지속하려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가 있지 않을까요. ▦이론적으로 보면 생산성을 향상시키면 물가는 떨어집니다. 생산성이 증대하면 제품 가격은 하락하고 질은 좋아집니다. 결국 성장의 방법이 관건이지요.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 확충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습니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 중 하나가 민영화와 국제화입니다. 정부가 지분을 보유했다고 해서 반드시 공기업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경험은 그랬습니다. 공기업 민영화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민영화의 우선순위는 당연히 금융이지요. -한국의 금융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지 않습니까. ▦금융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제화가 필요합니다. 국내에서 경쟁할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경쟁해야 합니다. 한국 금융산업이 낙후된 것은 국제화의 문턱에도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에 있는 한국 금융기관은 아직까지 연락사무소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삼성과 현대는 한국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전략을 통해 세계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국제화를 위해서는 리스크 테이킹을 해야 합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예대마진만으로 돈을 벌 것이 아니라 M&A 중개, 투자신탁 등을 통해 수수료 수입을 늘려야 합니다. 중국과 중동의 국부펀드도 월가 금융기관 지분을 늘리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도 못할 이유가 없어요. 한국 금융기관들은 위험부담을 지는 것을 너무 꺼리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해외 진출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만. ▦해외로 진출하려면 일단 뉴욕 월가에 일하는 한국계 인재부터 끌어모아야 합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는 해외 금융기관 인수를 고려해볼 만합니다. 선진금융 노하우를 전수 받고 인재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저는 30년간 미국 금융가에서 근무했지만 단 한번도 제게 해외 금융기관 인수 문제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금산분리는 과거 대기업이 은행을 경영하면 은행을 사금고화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됐습니다. 지금 대기업들은 돈이 부족해 국내 은행을 기웃거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해외 금융기관들이 한국 대기업에 돈을 빌려주려 안달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사금고화에 대한 우려는 현시점에서는 맞지 않는 논리입니다. 다만 대기업의 금융산업 참여는 순차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일단 지분소유 한도를 10~15%로 늘린 다음 점차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소유한도가 있다는 것 자체가 규제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최종단계에서 폐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이때 중요한 것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선진국 금융기관들은 소유분산이 매우 잘돼 있고 특정 대주주에게 경영간섭을 받지 않습니다. 소유지분이 분산될수록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쉽습니다. 금산분리를 둘러싼 존폐의 논쟁보다는 어떻게 하면 해외투자가들을 많이 모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해외자본이 한국 금융시장에 투자한 뒤 수익을 거둬 철수하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습니다. 론스타 사태와 같은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요. ▦론스타 문제는 일단 한국의 법률을 따라야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한국이 해외에서 돈을 많이 벌고 있는 만큼 해외 기업도 한국에서 이익을 회수해나가는 것을 용인해야 합니다. 물론 세금을 내고 안 내고는 별개의 문제이지요. 해외 기업이 이익을 회수하는 것에 대해 이제는 생각을 좀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해 돈을 벌어 나간다는 생각은 폐쇄적 사고방식입니다. 입력시간 : 2008/01/0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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