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아직 관람하지 못했지만 지난 4일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수락하며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심정도(중략) 모두 우리가 이겨야 하는 시련의 시간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충무공을 거론했다.
문제는 애국애족 정신으로 충만했던 이순신 장군을 벤치마킹한다고 얘기하면서도 청와대와 여야 모두 꽉 막힌 정국을 풀 수 있는 리더십은 실종됐다는 점이다. 여야는 세월호특별법 등을 놓고 12일에도 입씨름만 거듭하며 당초 약속했던 13일의 세월호특별법과 일부 민생·경제법안 처리는 이미 물건너갔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과 함께 경제와 민생, 남북관계, 외교문제 등 정치권의 초당적 노력이 절실한데도 상대방 탓만 하고 있다.
김 대표의 경우 당초 세월호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주겠다고 했다가 청와대의 탐탁치 않은 반응과 이완구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의 강력한 반발이 나오자 뒤로 물러 앉았다. 세월호 정국에서 김무성 리더십이 사라진 것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와 국가혁신법의 표류를 국회 탓으로만 돌릴 뿐 포용력과 희생적인 리더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 역시 지난 7일 이 원내대표와 세월호 정국 정상화에 합의해놓고도 당 안팎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추가협상을 요구하며 정국 냉각의 단초를 제공했다. 합의 당시 의총 추인을 전제로 달거나 사전에 유가족과 당 인사들과 소통하지 못한 결과다.
따라서 청와대와 여야 모두 자신의 입맛대로 이순신을 울궈먹으며 마케팅만 하지 말고 그가 던진 화두를 붙잡고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 충무공은 거북선 등 창의적 무기와 학익진 등 독창적인 전략 뿐만 아니라 리더로서 중심을 잡고 에너지를 결집했다. 그의 카리스마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백성에 대한 진정성과 헌신을 놓지 않고 신뢰를 획득하며, 적을 잘 파악해 적은 자원으로 최대한 아군의 전력을 분출시킨 혜안과 뛰어난 전략에서 나왔다. 충무공은 영화 명량에서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좇아야 한다. 충은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가슴이 찡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리더십을 발휘해 나라를 이끌고 가기보다는 오히려 짐이 되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이 새겨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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