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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왕이다?"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객 모집이 부진을 면치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새삼 떠오르는 말이 하나 있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케케묵은 마케팅 격언이 그것이다.현대는 금강산 관광객 모집을 언제라도 시작만 하면 `대박'이 터질 줄로만 생각했지 반대 경우는 꿈도 꾸지 않았던 듯하다. "판매만 있고 영업은 없는" 비정상적인모집 형태는 이를 잘 반증한다. 현대는 금강산 신청접수를 받을 인턴사원들을 대거선발했지만 이들은 모두 사무실에 앉아 고객을 기다리고 있었지 사무실 밖에서 발로뛰며 고객을 찾아다니는 영업사원은 전무했다. 현대는 또 모든 사업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시장조사도 안한 듯하다.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현대가 우려하기까지 했던 실향민들의 과열 신청은 온데간데 없었다. 오히려 실향민은 전체 신청자의 절반에 미칠까말까한 실정이다. 첫 출항이 연기되고 추석이 지나면서 실향민들의 금강산 열기도 크게 식었다는게 여행업계의 정설이다. 사실 IMF 시대에 적지 않은 비용에다 겨울로 접어드는 관광 비수기라는 최악의 조건에서 시작한게 이번 금강산 관광이라는 점을 현대가 조금이라도 감안했다면 사전에시장조사를 통해 예상수요를 뽑아보고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50년간 장사해온 현대가 시장 상황은 언제나 빨리 변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시장조사도 안하고 영업활동도 안하면서 비수기에 고가 상품을 내놓은 현대, 그러면서도 관광객은 추첨을 통해 추후 결과를 `통보'해 주겠다고 자만스런 모집방법을 택했던 현대는 자업자득을 한 셈이다. 현대는 지난 월드컵 경기장 수주 경쟁에서도 `자만은 실패를 부른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하고도 또 똑같은 우를 범했다. 지금은 金正日도 만나고 현대가 대북사업을 혼자 다할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측 모인사의 말마따나 "상대가 있는 사업"이고 언제나 변수가 많은게 남북관계다. 이 역시 혼자 들떠 자만하는 것은 금물일 것이다. 어쨌거나 금강산 관광을 바라보면서 모그룹의 CF에 등장하는 "고객은 참 냉정하세요"라는 멘트가 하나도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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