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상장을 추진함에 따라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삼성은 삼성생명을 상장할 경우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기 때문에 상장을 미뤘다. 1대 주주가 전체 자산의 50%를 넘으면 금융지주회사로 편입되는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규정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삼성전자는 삼성생명의 손자회사가 되고 금융지주회사는 손자회사로 제조업을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지난 1월 차명으로 보유했던 삼성생명 주식을 실명전환하면서 지분 20.76%를 보유해 에버랜드를 제치고 삼성생명 1대 주주로 부상했다. 이 회장 개인이 삼성생명의 1대 주주로 부상함에 따라 현재의 순환출자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삼성생명을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또는 삼성에버랜드를 분리해 순수 지주회사로 해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하고 그 밑에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둘 수도 있다. 문제는 금융지주회사 과정에서 자회사로 두기 위해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주회사법에 따라 자회사로 만들려면 상장회사는 지분 2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은 7.2%다. 20%를 만들려면 12.7%를 더 사야 한다. 20% 룰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최소 20조원 이상 소요돼 삼성그룹으로서도 부담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삼성은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은 미뤄놓고 일단 삼성생명의 순조로운 상장에 치중할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삼성생명 상장을 통해 상당한 시드머니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주회사 전환 등의 지배구조 개선에 사용될 자금 확보가 가능해졌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여러 안을 놓고 지배구조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며 "일단 삼성생명 상장으로 실탄(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 13.34%(SC제일은행 신탁분 6% 제외)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1%를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카드 지분 35.29%를, 삼성카드는 다시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4%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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