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23이 최강이자 최선의 응수였다. 이창호는 이미 각오했다는 얼굴로 즉시 26에 붙여갔다. “직접 움직이는 것은 여의치 않아요.” 조훈현9단은 참고도1의 백1 이하 4를 놓아보이며 백이 모조리 잡힐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흑27은 백이 가에 받아주면 28의 자리에 젖혀 백을 잡으러 가겠다는 구상이지만 지나친 강경책이었다. 조훈현은 참고도2의 흑1 이하 5를 추천했다.“이 코스면 흑이 확실하게 리드했을 겁니다. 오른쪽 백 두 점이 굉장한 악수로 변하니까요. 나 같으면 무조건 이렇게 두었을 겁니다. 창하오가 오늘은 투지 과잉 같아요.” 이창호가 30으로 몰자 창하오는 얼른 응수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설마 빵때림을 주고 둘 궁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요?” 조선진9단이 조훈현에게 말하자 조훈현은 크게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빵때림을 주다니. 프로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 죽었다 깨어나도 그럴 수는 없지.” 그런데 잠시 후에 그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실제 상황으로 전개되었으니…. /노승일ㆍ바둑평론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