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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지표 생각보다 괜찮다"

"금리인상 한템포 빨라질수도"<br>한은, 연내 통화정책 긴축전환 시사<br>민간부문등 경기개선 흐름 지속 가능성<br>"주택대출 증가·집값 상승 상당한 경계감" <br>부동산시장 과열에 극도의 우려감 표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시 작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출구전략’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국내외 3ㆍ4분기 경기회복이라는 전제가 깔렸지만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지난달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그만큼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강화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은 내부에서도 ‘불확실성이 여전해 지금 금리인상 시점을 거론하는 것은 성급하지만 3ㆍ4분기 국내외 경기개선 흐름이 이어진다면 오는 10월 이후 통화정책 전환을 본격 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올해 말로 한 박자 당겨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편 이 총재는 경기회복과 함께 뜨거워지고 있는 주택 가격 상승과 관련해서는 ‘상당히’라는 표현을 세 차례나 써가며 극도의 우려감을 표명, 갈수록 부동산시장 과열에 대한 경계 수위가 높아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경기 긍정적 인식 강화=한은의 국내 경기 인식이 크게 나아졌다. 11일 발표된 한은의 ‘국내외 경제동향’ 보고서는 7월의 진단과 크게 달랐다. 이번 보고서에는 지난달까지 등장했던 ‘하강세’라는 표현이 없다. 지난달에는 국내 경기에 대해 ‘그간의 하강세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지만 이달에는 ‘개선 움직임 지속’으로 바뀌었다. 경기하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또 지난달에는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해 있어 경기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언급했으나 이달에는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가겠으나 성장의 불확실성은 상존’한다고 표현했다. 이 총재의 발언에서도 이 같은 경기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분명하게 엿보인다. 이 총재는 “2ㆍ4분기에 경제지표가 예상외로 괜찮은 모습을 나타냈다”며 “각종 종합경기지표도 몇 달 동안 계속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고 심리지표도 호전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ㆍ4분기 성장률 추정치(전기 대비 2.3% 상승)가 더 높아질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특히 우려했던 민간 부문의 성장세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체적으로 봐서 2ㆍ4분기에 시작된 경기개선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피력했다. ◇연내 금리인상 가능할까=경기회복이 예상보다 좋아지면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과연 한은이 연말께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까. 이 총재의 발언을 보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현 경제흐름으로 봐서는 당분간 인하보다는 인상 쪽으로 흐름이 잡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금리인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지난달의 ‘출구전략을 본격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에서 이날은 “포괄하는 범위에 따라 출구전략이 일부는 이미 진행됐고 출구전략 방법은 당연히 논의되고 있다”며 전향적인 자세까지 취했다. 물론 통화당국이 큰 틀에서 기존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경기회복이라는 조건부 출구전략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한은의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3ㆍ4분기 실적에 대한 감을 잡으려면 10월 초는 돼야 해 현시점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이르다”면서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 등 의 경기경로가 예상대로 진행되고 국내 실적도 좋으면 연내 금리인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과열 경고음 커져=이날 경기전망과 함께 주목됐던 부문은 이 총재의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이 총재는 모두발언에서부터 작심한 듯 부동산 과열을 도마 위에 올렸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이 지난 수개월 동안 상당히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서울ㆍ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주택 가격도 7월 초까지 상당히 빨리 상승했다. 전체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압력이 있다. 이런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주택 가격 상승 기미를 상당한 경계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은의 문제의식은 우리나라 주택 가격이 지난 4~5년간 많이 올랐는데 금융위기 이후 몇몇 국가가 10~20% 조정 받는 동안 한국은 별로 내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일단 주택담보대출 남용에 제동을 걸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은행권의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와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비정상적이라는 중앙은행의 인식을 시장에 전달한 것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추가 하향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지역 확대 등 정책당국의 보다 강력한 규제조치가 검토돼야 한다는 주문으로도 읽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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