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김해공항 면세점 운영권이 중소기업 자격으로 참여한 세계 2위 면세점에 넘어간 데 이어 평택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에서도 화교 자본 업체가 국내 중소 면세점들을 제치고 낙찰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소·중견기업으로 입찰을 제한하는 등 관세법까지 바꿔가면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꾀한 정책이 오히려 외국계에 득이 되는 엉뚱한 결과를 낳자 국내 면세점 업계에서는 "입찰방식과 낙찰 업체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평택시가 최근 평택항 출국장 면세점 매장과 사무실 사용수익허가 입찰을 진행한 결과 화교가 대주주 및 대표로 있는 교홍이 낙찰자로 선정됐다. 입찰에 참여한 곳은 총 10곳으로 교홍은 최저입찰가인 2,683만원의 75배에 달하는 20억1,000만원을 낙찰가로 써내 평택항 출국장 면세점 운영자로 뽑혔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 중인 평택항 출국장 면세점은 340㎡ 규모로 입찰은 중소·중견기업 활성화 차원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법인·공공기관·지방공기업·지방공기업이 지분 30% 이상 보유한 법인 등을 제외한 채 자본금 10억원 이상 법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문제는 지난해 실시한 김해공항 면세점의 DF2(434㎡) 구역 입찰에서 세계 2위 면세점 듀프리의 국내 자회사인 '듀프리 토마스줄리코리아'가 운영자로 선정된 데 이어 화교 출신 대주주가 보유한 회사가 운영권을 가져갔다는 점이다. 특히 면세점업계에서는 "정부가 입찰 자격 제한을 대기업·공기업에만 적용, 운영 경험이 전무한 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낙찰가가 크게 뛰는 등 과도한 경쟁만 유발했다"며 현 제도의 문제점에 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평택항 면세점 낙찰자인 교홍은 자본금 10억원으로 외형상 중소·중견기업에 해당하나 실상은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화교가 세운 법인"이라며 "이는 중소·중견기업에 기회를 주자는 정부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교홍은 한국·대만의 이중국적의 화교 사업가가 세운 기업으로 7개의 관계사를 두고 있으며 주로 부동산임대업과 식품 유통 등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당초 정책 취지대로 자금력이 약한 중소·중견 사업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보려면 현재의 최고가 입찰방식과 입찰 참여자 자격 등을 손질해야 한다"며 "앞으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운영자를 선정할 양양공항과 군산항, 인청항 등 면세점도 규정을 손보지 않을경우 입찰과정에서 외국계 자본이 운영권을 차지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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