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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흔들기 언제까지

요즘 금융권은 시중 은행장들의 거취를 둘러싼 각종 설(說)이 분분하면서 분위기가 사뭇 뒤숭숭하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꼬리를 물던 은행장의 교체설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지난 3월중 끝난 주주총회에서 은행의 `자율경영`을 내세우면서 임기를 보장하는 것 같더니 1ㆍ4분기 실적을 빌미 삼아 흔들기로 나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해당 은행의 임직원이 동요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경영의 공백 낌새마저 보이고 있을 정도다. `관치금융`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이번 은행장 흔들기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더한다. 현재 행장 교체설의 주된 대상은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곳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다. 표면적으로는 실적부진이나 방만경영, 개혁성 결여 등 갖가지 이유가 거론되고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정권이 바뀌었으니 물갈이가 당연하지 않느냐”는 정치적인 논리가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시기적으로 경제부처의 고위직 퇴직 공무원에 대한 자리 마련이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정치논리나 퇴직 관료들의 자리 만들기 차원에서 행장을 교체한다는 것은 시장원리를 무시한 구태(舊態)나 다름 아니다. 새 정부의 캐치프레이스 격인 `개혁`이라는 코드에도 맞질 않는다. 한 예로 김정태 국민은행 행장은 뉴욕증시에도 주식을 상장, 성공시킨 우리 금융계의 대표적인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자신의 경영에 대한 평가로 한달 전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임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뚜렷한 하자 없이 지금 낙마설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주주총회가 끝난 지 얼마되지 않아 행장이 바뀐다는 것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한국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 행장 뿐만 아니라 3~4곳의 행장 이름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판국이다. 한 은행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놓고 있다 정부도 대주주라는 점에서 권한 행사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선진금융의 요체(要諦)가 자율과 책임경영을 보장하는 지배구조의 확립에 있다면 정부가 솔선해서 투명성과 민주적인 절차를 지켜야 한다.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흔들기식은 후진적인 행태나 진배 없다. 글로벌 시대 외국의 투자자들도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은행장의 임기는 정관에 따라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은행이 동요해서 좋을 게 없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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