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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기선행지수가 15개월 만에 반등하고 46억달러의 사상최대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등 곳곳에서 경기가 ‘바닥 다지기’를 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4ㆍ4분기부터 급격히 떨어졌던 국내 경기가 다소 회복국면에 진입하는 분위기다. 관심은 이제 경기회복이 언제,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로 모아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급격한 경기상승을 나타내는 ‘V자형’은 힘들 것으로 보는 상황.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는 ‘U자형’일지, 게걸음 속에서 상승 곡선이 매우 더디게 나타나는 ‘L자형’일지가 관건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바닥론에 대해 2ㆍ4분기가 지나봐야 알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체적으로는 U자형 회복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우세해지는 모습이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실물 부문에서 침체의 기운이 여전한 상황에서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지만 최근 발표된 낙관적 경기지표들을 감안할 때 하반기를 고비로 U자형의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등 불안요소가 많아 회복되더라도 강도는 크지 않고 U자형 곡선을 그릴 것”이라며 “경기회복의 신호가 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바닥을 찍었다고 하기는 성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바닥 논쟁보다는 어떻게 회복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2ㆍ4분기가 바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소 경제연구본부장도 “내수경기 활성화와 수출이 회복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V자처럼 빠르기보다는 완만한 U자형이 될 것”이라며 “바닥을 찍었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이며 상반기 실적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U자형과 L자형 사이에서 L자형에 가까운 회복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선진국 소비가 당분간 재개되기 힘들고 개도국 투자도 둔화되고 있어 L자형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바닥을 이야기하기 어렵고 내년 상반기 정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엇갈린 경기전망 속에서 전문가들이 경기회복의 가장 큰 변수로는 꼽는 것은 역시 글로벌 금융시장과 각국의 경기부양책.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빠른 속도로 해소된다면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수출이 회복하고 내수도 살아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적극적이고도 신속하게 이뤄진다면 회복 속도도 더욱 빨라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하반기에 추경 효과로 어느 정도 경기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흐르고 있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한국 경제가 현재 최소한 바닥을 다지면서 에너지를 축적하는 시점”이라며 “L자형보다 V자형이나 U자형의 그래프로 하반기부터 상승 시도를 할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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