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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 이제는 소프트웨어다

두차례나 경영정상화 이행시한을 넘기고도 독자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이른만큼 다른 은행과의 합병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정서와 정치권의 외압에 따른 특혜시비에서 벗어나 경제논리에 맞는 선택을 하기로 한 것은 멀리 보면 충북은행 스스로에게도 이익일 것이다.조흥은행 등과의 합병협상이 원만하게 이루어져 충북은행이 경쟁력을 갖춘 은행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자율이 안된 점이 흠이기는 하나, 금감위가 이번 조치에서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킨 것은 평가할만하다. 앞으로 추진될 보험 금고 신협 등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에서도 이번처럼 최대한 원칙이 지켜져야할 것이다. 또다시 정치권이나 업계의 로비 등에 밀려 이중 잣대를 사용하게되면 구조조정자체가 후퇴하거나 변질될 수 있다. 충북은행의 합병이 성사되면 은행구조조정은 사실상 마무리된다. 아직 서울은행이 남아있지만 외국금융기관으로의 매각은 시간문제다. 지난해 6월 5개 부실은행 퇴출로 막이 오른 은행구조조정이 1년도 안되는 시간내에 일단 매듭이 지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하드웨어의 구조조정만 끝났을뿐 소프트웨어의 혁신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엄청난 부실을 초래한 낡은 제도와 관행 및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은행들이 여신관행과 영업전략을 혁신하고 행장의 1인 독주를 막으며 인사청탁을 배격하는 등 선진경영기법을 경쟁력으로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변신노력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관치금융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금융기관의 인사에 아직도 정치권의 보이지않는 입김이 작용하고 있고 금융당국의 낙하산인사는 여전한 실정이다. 금융기관들이 정부로부터 금리인하압력을 받고 무턱대고 따르는 행태도 바뀌지 않았다.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의 금리인하의지를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시장경제원리에는 어긋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돈장사를 하는 금융기관이 돈값인 금리를 스스로 결정못한다면 그것이 바로 관치금융인 것이다. 금융이 정부나 정치권력의 시녀가 된다면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살아날 수 없다. 환란의 주범격인 관치금융이 재연되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금융기관이 스스로 경영의사결정을 하고 책임을 지도록 해야한다. 외환위기를 교훈삼아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은 강화해야 하지만 경영자율권은 최대한 보장돼야할 것이다. 은행의 소유구조 및 경영형태 개선을 위한 은행법개정을 서둘러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도 시급하다. 은행구조조정이 마무리수순을 밟고있지만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혁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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