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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어디로 가나
입력1997-01-13 00:00:00
수정
1997.01.13 00:00:00
정승량 기자
쌍룡자동차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수자로 거론되는 기업은 삼성이다. 쌍용매각설은 이 회사의 자금사정, 판매상황 등 내부상황에다 외부환경 등을 감안할 때 현실성과 나름대로의 설득력도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쌍용이 완전포기한 상태는 아니다. 자구노력을 펴고 있다. 정부에 자금지원 요청도 해놓고 있다. 그런데도 인수합병(M&A)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대한 양측의 입장은 한결같이 『사실무근이다』는 것. 쌍용자동차의 향방은 2000년대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왜 쌍차(쌍용자동차)매각설은 주기적으로 나오고 이에대한 쌍용의 입장은 어떠한가. 삼성이 쌍용을 인수하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가. 또 현실적으로 삼성의 인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편집자주>▶쌍용차 현재 상황◀
◎누적적자 4,300억·부채 3조/정부 지원·그룹 경영혁신 병행해야 회생 가능
쌍룡그룹은 「쌍차」를 포기했는가.
이에대한 쌍용그룹 관계자들의 답변은 결단코 『NO』다. 쌍용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의 한 핵심관계자는 『자동차사업을 포기하면 내 이름을 갈겠다』는 비장함을 보일 정도다. 그럼 쌍용자동차의 주행방향은 어디인가. 현재 삼성이 추진중인 것으로 밝힌 방안에다 현실상황을 종합해 그 길을 살펴보자.
우선 쌍차가 살 수 있는 길(경영정상화)에서 외부수혈 없는 홀로서기는 어렵다. 쌍용은 91년부터 지난해 까지 누적적자 4천3백억원에 3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은 관계당국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쌍용에 융자한 자금을 출자로 전환시키고 금리가 높은 투금사 단기부채를 금융지원으로 장기저리로 바꾸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런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그룹 및 자동차에서 경영혁신을 추진, 생존기반을 갖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쌍용은 계열사 매각, 팀제도입 등 조직슬림화를 통한 자동차인력의 효율화 방안을 강구중이다. 여기서 문제는 그룹차원에서 자동차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쌍차는 여러가지 정상화방안을 구상하는데 그칠 뿐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고 있다.
쌍용회생의 또 다른 카드는 벤츠의 투자확대다. 하지만 현상황에서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벤츠측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쌍용자동차의 향방은 정부지원책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즉 정부지원 결정그룹의 자동차 육성의지천명자구노력경영정상화의 수순이 예상된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그룹차원의 지원이 한계에 이르러 매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정상화방안이 마련된다 해도 쌍용은 「어떻게 되겠지」하는 허탈감과 포기상태에 빠져있는 임직원들을 추스려 의욕을 불어넣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까지 또 다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의 길은 「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박원배>
▶삼성,쌍용차 인수 5가지 난제◀
◎무노조 삼성신화 포기 불가능/소형상용차 중복투자 초래/부채 3조… 그룹전체에 부담/닛산·벤츠 2개기술선 혼란 우려/‘초기완벽주의’삼성사업관 붕괴
삼성은 마음만 먹으면 쌍룡자동차를 인수할 수 있나.
현실적 해결과제를 감안할 때 삼성의 쌍용인수는 이건희회장에게 부친의 반도체사업 참여 이상의 「고뇌에 찬 결단」을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삼성의 쌍용인수에 대한 진위문제는 「삼성의 쌍용인수를 어렵게 하는 5가지 요인」에 대한 해결책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를 그 잣대로 하면 틀림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첫째는 인력문제다. 쌍용의 인력은 1만2천여명. 이 가운데 노조원은 7천5백명. 이들은 「무노조삼성」이 한번도 겪은 적이 없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부에서 나도는 것처럼 절반가량으로 인원을 축소한뒤 인수한다거나 인수후 정리해고를 단행한다는 것은 「삼성제품불매국민운동본부」와 같은 조직의 결성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두번째는 인수이유로 지적되고 있는 쌍용의 소형상용차(이스타나)문제다. 쌍용을 인수하면 삼성은 이 분야에서 한순간에 경쟁력을 갖추게 돼 이를 인수추진 이유로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 문제는 대구에 있는 삼성상용차의 향방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 한때 삼성은 대구공단 조성을 포기한 적이 있다. 그러다 대구전체가 들고 일어나자 이를 철회, 삼성상용차라는 별도법인을 만들었다. 따라서 현재로선 성서공단을 포기한다는 것은 대구를 포기하는 것이며 이는 소비자차원의 저항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큰 파장을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고 쌍용을 인수해 승합차에서 「1차 2생산기지」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중복투자며 쌍용의 평택라인을 대구로 옮기는 것도 근로자들의 거센 저항을 가져올게 뻔하다.
세번째는 현재 추진중인 부산 신호공단 자동차사업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대형사업인데 여기에 부담을 주는 결정은 삼성식이 아니다. 삼성의 승용차 사업은 오는 2000년까지 4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목표대로 진행된다해도 이 사업만으로 누적적자해소는 2005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림경춘부회장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전망이 불투명하고 부채가 3조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 경영부실 기업을 떠맡는다는 것은 삼성을 존망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부산, 대구(삼성)에 평택, 구지공단(삼성)까지 끌어안고 가는 것은 걷지도 못하면서 뛰겠다는 욕심이 될 수 있다.
네번째로 쌍용을 인수하면 벤츠의 승용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삼성의 현실에선 독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업체 가운데 「2개기술선」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술은 기능적 측면보다 문화적 성향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건희회장과 삼성그룹의 자동차관은 쌍용인수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쌍용인수는 지금까지 삼성이 추구해온 자동차사업의 기본구상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초기부터 완벽하게」를 모토로 하고 있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삼성의 능력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그룹이 아니다. 쌍용인수설이 끊이지 않는 것은 바로 삼성이 펴고 있는 자동차사업의 현실적 한계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박원배>
▶삼성인수설 확산 이유는◀
◎363개 부품협력업체 자동 확보/벤츠와 기술제휴 가능 ‘매력’/지프형차 기술·판매기법 습득도/후발업체 단점 단시간 극복 이점
삼성의 쌍룡자동차 인수설이 계속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쌍용자동차 자체의 경영난이다. 적자는 심해지고, 부채는 늘어나며, 임직원들의 사기저하에 이미지 악화까지. 이를 삼성의 시각에서 보면 역시 인수설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삼성이 얻는 이득이 많기 때문이다. ▲부품업체 확보 ▲기술제휴선 및 판매노하우 확보 ▲생산규모 확대 ▲유통망 확충 ▲기존업체와의 관계개선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3백63개에 달하는 쌍용의 부품협력업체 획득은 「쌍용인수설」에서 가장 중심에 자리한다. 삼성은 그동안 현대 기아 대우 등 선발업체들의 견제와 이건희회장의 각서로 부품업체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자동차업계 고위관계자는 쌍용인수설이 나오자 『쌍용을 인수해 삼성이 얻을 수 있는게 있다면 딱하나 「부품업체」뿐』이라고 말할 정도. 쌍용은 벤츠와 기술제휴로 개발, 오는 10월께 세단형승용차인 W카를 시판하면서 부품업체의 기술을 상당수준으로 끌어올려논 상태로 삼성의 숨통을 터줄 수 있다.
일본 닛산에 이어 세계 최고급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벤츠를 기술제휴선으로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삼성에는 매력적인게 사실이다. 『벤츠와 닛산은 적대적 기업문화를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차종별 제휴관계도 가능하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쌍용은 현재 벤츠와 기술제휴로 무쏘·코란도 엔진과 이스타나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벤츠의 논의정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른 차종에서 벤츠기술을 빌릴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삼성은 현재 닛산측과 벌이고 있는 후속차종 선정과 기술이전문제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삼성은 세계 최고급 수준인 벤츠의 브랜드 이미지를 등에 업을 경우 후발업체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짧은기간에 자동차시장을 강타할 수 있다. 국내 최대자동차메이커인 현대가 『앞으로 최대과제는 국제시장에서 「치프카」(저가)이미지를 씻는 것』이라며 브랜드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삼성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잘 설명해준다. 승용차는 아니지만 레저용차(무쏘·코란도)와 소형상용차(이스타나)에 대한 기술과 판매기법, 생산규모를 순식간에 확보하게 된다는 점도 쌍용을 인수하면 얻을 수 있는 효과. 자금부담이 크지만 지금처럼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동차업계는 2000년안에 기존업체들이 모두 2백만대생산 체제를 갖춰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마당에 걸음마 단계의 삼성이 입지를 구축하기는 매우 힘겨운 일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의 주력공장인 부산공장 부지는 오는 98년초 연산 8만대규모를 갖추게 된다. 최대가 50만대. 최소한 1백만대 생산체제가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게 일반적인 분석이고 보면 삼성은 추가공장 건설이 불가피하다. 삼성은 쌍용을 인수함으로써 이 조건에 상당히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쌍차인수설」이 계속되는 이유다. 현재 쌍용은 연산 18만대 규모의 평택공장에 부지조성중인 대구 구지공단도 있기 때문.
삼성이 쌍용을 실제로 인수할 경우 자동차업계는 물론 국내 대그룹의 세력재편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삼성의 쌍차인수설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정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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