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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RB 금리 추가인하... 배경.효과
입력1998-10-16 18:17:00
수정
2002.10.22 07:52:21
【뉴욕=김인영 특파원】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5일 갑자기 비상 버튼을 눌렀다. 아시아에서 시작, 러시아·라틴아메리카로 확산되고 있는 세계경제 위기가 미국에도 급속히 전염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최대경제국의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비상조치를 취한 것이다.
FRB는 오는 11월17일로 예정된 정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한달이나 남아있음에도 불구,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0.25% 포인트씩 인하했다. 이에 따라 은행간 하루짜리 콜금리의 기준이 되는 연방기금금리는 5.00%, 재할인율은 4.75%로 각각 인하됐다. FRB는 지난달 29일에도 연방기금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했었다. 극비리에 진행돼 뉴욕 증권거래소(NYSE) 폐장 30분 전에 발표된 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 소식은 뉴욕 월가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다우존스 주가지수는 사상 3번째인 330.58 포인트(4.1%)나 폭등했고, 일본 엔화는 뉴욕에서 30분만에 1달러당 2엔이나 오른 116.60에 마감했다.
FRB의 이번 기습 조치는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등 아시아국가에 굿뉴스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주 폭등후 조정기를 거치고 있던 일본 엔화가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로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국제 외환 전문가들은 조만간 1달러당 110엔를 마지노선으로 교전이 벌어지고, FRB가 11월 정기회의에서 또 금리를 내릴 경우 110엔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아시아 위기는 엔화 약세-달러 강세의 환경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엔고는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수출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가 낮아지면 한국에겐 외채 상환부담이 줄어들 뿐 아니라 국제적인 신용경색이 해소됨으로써 외화 차입 여건이 유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미국의 금리인하는 달러표시 금융상품에 대한 매력이 줄어 미국에 몰려 있는 국제 유동성을 세계 각국에 분산하는 효과를 준다. 이에 따라 경제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 등 이머징 마켓으로선 구조조정 진행 여하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국제자본을 유입할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
미국이 앞으로 얼마나 금리를 인하할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마다 견해가 다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세계경제가 활력을 찾을 때까지 FRB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월가에서는 대체로 FRB가 단기금리를 내년 2월까지 1% 포인트 인하한 다음 내년말까지 최대 3% 포인트까지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말엔 미국 단기금리가 3%대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배경은 세계경제 안정이다. 이머징 마켓이 공황상태(패닉)에 빠지면서 미국으로 몰려들었던 각국의 금융자본을 다시 돌려보냄으로써 세계 금융시장의 균형을 꾀하자는 것이다. 『아시아, 동유럽, 중남미가 모두 무너지고, 미국만 오아시스처럼 번영할 수 없다』는 그린스펀의 최근 발언은 세계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1달반만에 한번씩, 즉 1년에 8번 FOMC를 정기적으로 열어 금리를 인하 또는 인상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런데 상황이 급할 때는 임시회의를 열며 지난 94년 4월 임시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금리인하를 단행한 임시회의는 87년 10월 이른바 「검은 월요일」이후 11년만의 일이다.
FRB가 지난달 29일 이후 16일만에 다시 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번 인하의 효과가 약했다는 판단에서였다. 롱 텀 캐피털 매니지먼트, 엘링턴 캐피털 매니지먼트, D E 쇼 등 헤지 펀드들의 연쇄 경영위기가 가중돼 자금경색이 가중된 것도 중요 요인이다. 그만큼 그린스펀 의장이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를 절실히 인식했다는 얘기다.
FRB의 기습 조치를 유발한 직접 동기는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9월중 소매매출 증가율이 당초 예상한 0.6%의 절반 수준인 0.3%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노웨스트 은행의 손성원 부사장은 15일 『소비자 지출이 감소하는 것은 미국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중요한 지표』라며 『FRB가 이를 경계경보로 해석, 정기회의에 앞서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동시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면, 미국에 몰려있는 국제 유동성이 이머징 마켓으로 가지않고 유럽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그린스펀의 비상벨은 유럽 국가의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자국 이기주의에서 벗어나라는 신호라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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