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증권시장에서 대형 유통기업과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대기업 계열사에는 투자주의보가 내려졌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실적 악화와 투자 심리 위축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경제민주화 이슈가 시들해지면서 이들 업종의 주가는 대다수 회복세를 보였다. 내년에는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예상돼 경제민주화 관련 업체들의 도약이 예상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 들어 12.18%, 롯데쇼핑은 4.91% 상승했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관련 업체로 꼽혔던 현대위아(7.51%), 한국타이어(29.79%) 등도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0.23% 오르는 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이들 업체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유통주가 회복세를 보인 것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형 유통업체의 출점 제한 조치 등 악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 데다 내년 소비 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올해 마트 등 할인점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0.6% 성장한 44조6,700억원에 그친다. 하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4.5% 늘어난 46조6,890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남성현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해 할인점은 정부 규제로 영업일수가 줄어든 데다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부정적인 실적을 기록했다"며 "내년에는 온라인몰의 성장과 소비 회복으로 실적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롯데쇼핑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12.4% 증가한 1조7,750억원, 이마트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에 비해 10.3% 늘어난 7,67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일감 몰아주기 관련 악재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위아·현대글로비스·한국타이어 등은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로 인해 실적 감소 등 악영향이 우려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현대위아는 국내에서의 제약 요인을 중국 등 해외에서 해결했다.
이명훈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위아는 중국법인의 성장세가 커지면서 4·4분기 매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매출은 올해보다 8.32% 증가한 7조9,348억원, 영업이익은 15.69% 늘어난 6,376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타이어 역시 원재료 가격 안정화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 내년에도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타이어의 4·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8% 증가한 2,800억원가량 될 것"이라며 "헝가리·중국 등 해외 공장에서 증설이 이어지는 데다 원재료 가격의 약세로 내년에도 양호한 영업실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경제민주화 관련 수혜업체로 거론된 종목들은 큰 폭으로 떨어져 대조를 보였다.
경봉은 주력 사업인 시스템통합(SI) 부문에서 대기업의 진출이 제한될 것이라는 평가에 '경제민주화 테마주'로 분류됐지만 올 들어 주가는 40.22% 떨어졌다. 또 소모성자재 구매대행을 하는 아이마켓코리아도 대기업 물량이 증가하리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주가는 올 들어 6.85% 하락했다.
이 밖에 케이씨에스(-31.25%), 비츠로시스(-20.49%) 등 경제민주화 테마주 주가가 올 들어 크게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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