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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회의] 신국제금융체계 구축 필요성 공방

「도로를 고쳐 차 사고를 예방하자」,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는 마법의 지팡이는 없다.」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회의가 4일째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신국제금융체계의 구축을 놓고 미국과 유럽, 일본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앞의 「도로개조론」은 조세프 스티글리츠 세계은행부총재의 주장. 그는 『차 한대만 사고가 났다면 운전자의 부주의 때문이라 하겠지만 똑같은 지점에서 계속 사고가 난다면 도로 자체가 문제로 봐야한다』며 새로운 국제금융체계를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유럽, 일본 및 개도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후자는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의 말이다. 『지난 97년 중반 시작된 후 만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세계 금융위기를 해소할 마법 지팡이는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런 만큼 새로운 국제금융체계를 만들게 아니라 현재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 대변되는 현행 국제금융질서나 잘 다듬어보자는 논리다. 미국과 비미국계로 양분되는 듯 보이는 신국제금융체계 공방은 사실 미국이 먼저 주장했던 부분이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금융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해 9월 새로운 국제 금융체계를 구축하자고 제의, 유럽 등 서방국들에게 논의를 주문했었다. 당시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된 게 없었던 만큼 이후 각양각색의 논의가 흘러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와 독일이 준비한 목표 환율대. 다보스회의에서 두 나라는 한 목소리로 『목표환율대가 시장의 취약성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주장, 신국제금융체계의 모습을 제시했다. 그리고 일본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재무관을 통해 『엔화가 아시아 단일통화가 돼 이 지역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엔화를 기축통화화할 것을 주장했다. 이밖에 신흥시장에서 외환투기를 막기 위해 자본흐름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신 국제금융체계의 골자로 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논의가 본격화되자 정작 미국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며 냉담한 자세로 돌아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먼저 자본흐름의 제한은 투자를 방해할 것이며, 목표환율대는 중앙은행이 통화방어를 위해 고금리 정책을 쓸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결국 경제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게 루빈 미 재무장관의 주장이다. 또 경제위기국에 대한 IMF의 예방적 지원이나 조기경보 조치는 오히려 패닉현상을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은 이에 따라 대안으로 개도국에 대한 국제적 감시 및 대출기준 강화 게도국에 대한 금융정보의 투명화 IMF의 위기대응 능력 강화 목표환율제 등에 대한 논의 축소 사회안전망의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대신 신국제금융체계를 도입하는데는 부정적이다. 이번 다보스 회의는 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한 새로운 국제금융체계의 도입 논의가 이같은 입장차로 인해 상당기간 공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새삼 확인해준 자리였다. 【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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